"포항 강진 이재민들이 전달한 말들을 대통령이 꼭 들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들과 피해를 당한 학교 학생들은 24일 포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진 피해 복구와 안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대통령이 탄 차량이 포항여고 정문을 통과해 학교 본관 앞에 정차하자 학생들은 교실 창문을 열고 차에서 누가 내리는지 내다봤다. 이어 학생들은 "문재인 대통령이다"라고 환호 섞인 비명을 질렀다. 학생들의 표정은 지진의 공포는 없었고, 10대 철부지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만 있었다.
포항여고는 이번 지진으로 3학년이 있는 건물 4층 일부가 손상돼 합반하거나 도서실 등 다른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등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손상되고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이런 학교에 대통령이 방문해 한층 밝아졌다. 이 기회로 우리 학교뿐 아니라 지진 피해를 입은 학교들이 정상화되는 시기도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포항 지진 이재민이 임시 거주하는 흥해실내체육관에 방문하기 전 대통령이 오늘 올 거라는 소식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지진에 파손된 대성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기도 했다. 이재민, 자원봉사자 등은 '이쯤 되면 올 때가 됐는데'라면서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오전 11시쯤 도착한 문 대통령은 흥해실내체육관 입구 자원봉사자 부스에 잠시 들르고 나서 봉사자 10여 명과 일일이 악수하고 바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포항시건강가정지원센터 이은석(48) 씨는 "바쁘면 악수만 하고 그냥 갈 텐데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고생이 많으시죠'라는 눈빛에 진정성이 느껴져 감동 받았다"며 "조용히 온 모습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체육관에 있을 동안 밖에선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청와대 경호원들의 제지선 밖에 반원 모양으로 모인 흥해읍 주민과 자원봉사자 중 일부는 "진보 진영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불식될까?"에 대한 말을 나눴다. 이 말에 한 지진 피해 주민은 "지진에 여당, 야당, 보수, 진보가 어딨나. 그런 거 말할 때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무리는 "대통령이 오니까 흥해 분위기가 달라지네. 조금만 더 빨리 오지"라며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웃음꽃을 피웠다.
오전 11시 30분쯤 문 대통령은 체육관을 나와 인사하지 못한 자원봉사자 부스를 방문했다. 체육관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자원봉사자 등 40여 명은 철저한 경호벽에 막혀 멀리서 대통령 머리만 보고 쫓아다녔다. "저쪽으로 가네", "이쪽으로 온다", "여기로 오실 거야. 우리는 품위를 지키고 있자"는 소리와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 몸부림 등 외부인이 보기에 재밌는 상황들이 연출됐다.
시간이 흘러 점심 시간이 되자 대통령의 모습에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직접 배식해서 밥을 먹네"라며 말을 꺼낸 60대 남성은 "세상이 좋아졌다는 게 실감 난다.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텐데"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문 대통령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이재민들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한 이재민은 "지열발전소 때문에 지진이 났다고 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했다. 이동하다 걸음을 멈춘 문 대통령은 "상황을 보고받았다.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당황하지 않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이재민은 "대통령이 왔다고 해서 한 달 걸릴 일들이 열흘로 줄어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고 기다리다 보면 이재민들이 전달한 말을 대통령이 꼭 들어주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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