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0일 새벽 스위스 상트 갈렌시에서는 규모 3.6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지하 4㎞ 지점이었다. 그런데 취리히 연방 폴리테크대학 지진학부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열발전 시험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열발전 시험을 계속하면 지진이 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대학이 경고하면서 결국 시험은 중단됐다. 2006~2007년에도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 시추 작업을 하던 중 몇 차례 지진이 발생해 스위스 최초의 지열발전소 건립 계획이 취소된 전례도 있다.
지난 15일의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퍼지고 있다. 괴담이 아니라 지진 전문가들의 주장이니 흘려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포항 흥해에는 지열발전소가 있는데 지하 4.5㎞ 깊이까지 구멍을 내 그 안에 차가운 물을 투입한 뒤 뜨거워진 수증기를 회수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지열발전소는 지금까지 73차례 물을 주입하고 370차례 회수했는데 공교롭게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물 주입 직후에 일어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포항 지진의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500m밖에 안 떨어져 있으며, 진원의 깊이도 당초 발표된 9㎞가 아니라 3.2㎞라는 정부 공식 사업단의 분석 결과를 볼 때 고압의 물이 단층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물론 지열발전과 포항 지진은 상관관계가 희박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추공을 통해 투입된 수천t 정도 분량의 물로는 지진이 촉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열발전과 지진과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는 정밀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포항시도 이번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와 연관 있다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역설적인 것은 지난 2012년 지열발전소 기공식에 정부 고위관료와 경북도 정무부지사, 포항시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이다. 당시 포항시는 "포항을 지열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지열발전이 청정 대체에너지의 총아에서 몇 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이고 더 알 수 없는 것이 땅속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