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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살려주세요" 호소에 문재인 대통령 "전폭 지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방문해 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 있는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방문해 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이재민들이 임시 거처로 삼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먼저 나서 마이크를 잡지 않고 현장 책임자인 이강덕 포항시장으로부터 현황 설명을 들은 뒤 "주민들의 말도 들어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든 이재민 여러 명의 의견을 꼼꼼히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여고에서부터 큰 지진 충격을 받아 철거 대상으로 전락한 포항 대성아파트 등을 둘러봤으며 현장을 목격한 뒤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 지진 피해 복구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떠오르는 중이다.

◆포항의 상처, 어느 정도 깊나?

이 시장은 이날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문 대통령에게 피해 현황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이번 지진은 서민 밀집지인 구도심에서 일어났고 인명피해가 현재까지 77명이 발생해 11명이 입원했다"며 막대한 피해상황을 밝혔다. 이 시장에 따르면 물적 피해는 2만3천123건에 1천150억원 상당의 피해가 집계됐다. 이재민은 무려 1천349명이 나와 13개 지역에 대피해 있다는 것.

이 시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포항도 크게 한 번 흔들렸는데 이번에 또다시 많이 흔들려서 전체적으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불안이 겹쳐서 (지진 피해 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 될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이 시장은 제안했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불안을 가시게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내진 설계 의무화 이전에 지어져 건물의 안전도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엔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언제 큰 지진이 와서 피해를 입힐지 모르는 만큼 주택가 가까운 곳에 시민들이 몇 분 이내 대피할 수 있는 지진대피시설을 다수 건립하고 여러 가지 재난 관리 훈련을 주민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교육장도 만들어야 한다고 이 시장은 건의했다.

이 시장은 이날 현장에서 에어돔을 제시했다. 주택가 인근이나 대규모 시설 인근 곳곳에 에어돔을 만들면 평상시에는 체육시설로 쓰다가 지진이 났을 때 주민들이 5분 이내에 대피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직접적 지진 피해도 심각하지만 경제에 큰 타격이 나타난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진 이후 경주가 겪었던 것처럼 포항 상권의 매출이 무려 80% 가까이 떨어졌다고 이 시장은 걱정했다.

이 시장은 "지방자치단체도 나름대로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포항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대통령께 간곡히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민들 "좀 살려주세요"

이재민들이 임시 거처로 삼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문 대통령이 방문하자 이재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빨리 좀 도와달라"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흥해의 5층짜리 아파트에 살았다는 한 이재민은 문 대통령 앞에서 "아파트 내부 피해가 진짜 심각하다"며 지진 피해가 너무도 컸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인'서민들이 사는 건축물에서 주로 피해가 났다. 집이 완전히 부서졌는데 900만원밖에 안 준다는데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쥐꼬리 보상 방침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대성아파트에 살았다는 한 이재민은 문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를 얘기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파트 부지가 문화재 보호 구역 안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 재개발'재건축이 힘들다는 것이다.

철거가 결정된 대성아파트 바로 뒤에 산다는 한 이재민은 "대성아파트는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고 주위 아파트 역시 모두 똑같이 피해가 심각한데 사용 가능 판정이 나왔다. 수리를 한다 해도 어떻게 수리해서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며 임시방편식 수리가 아닌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져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피해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연부락은 금이 가고 반파'완파된 곳이 많은데 조사인력의 한계로 제대로 된 피해조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경주 지진 규모가 더 컸지만 사실 피해는 이번 포항이 더 심각하다. 국가 최대 재난"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알아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결과물 낼까?

문 대통령은 포항권 경제 살리기에 대한 약속부터 강하게 했다. 중앙정부 행사를 포항에서 가급적 갖고,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 구매를 통해 특산물 홍보 대사 역할부터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포항 지진 피해 현장 방문을 한 24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과메기를 구입했다. 죽도시장은 포항의 대표 어시장으로 과메기 제철인 초겨울부터 전국에서 과메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이번 지진 여파로 손님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죽도시장 상인을 돕고 포항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과메기 16상자를 이날 구입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구입한 과메기는 다가오는 월요일인 27일 청와대 춘추관 식당에서 출입기자단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빠트리기 쉬운 재난 구호 대책도 꼼꼼히 챙겼다. 이번 지진으로 붕괴할 위험성이 제기된 포항 대성아파트 현장을 찾아서는 "특별재난지역을 지원하는 체계에 주택 파손과 관련한 내용만 있고 가재도구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면서 "가재도구를 일일이 다 지원할 순 없겠지만, 소파나 냉장고처럼 비싼 것들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재도구 지원책이 빠져 있으니 이 부분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특별재난지역이 돼도) 반파'전파 주택 지원금이 많지 않다"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의연금을 배분해 도와드리고 정부가 가급적 많은 금액을 무이자나 저리로 융자해서 감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근본적 대책에 대한 주문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학교'공단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후 내진체계 보강 ▷재해 발생 이후뿐만 아니라 재해 예방에도 특별교부금을 쓸 수 있게 하는 법'제도 개정 ▷단층지대 조사 등을 향후 추진 업무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제대로 가져달라는 주문을 한 뒤 "지진대책을 근본적으로 세울 것이며 정부의 노력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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