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 흉폭해진 IS, 이집트 덮쳤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벌어진 폭탄'총격 테러는 최소 305명의 목숨을 앗아가 이집트 현대사에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궤멸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사상자를 극대화하는 잔혹한 공격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금요일 기도회 들이닥쳐 무차별 총격=이집트 당국 발표와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테러범들은 금요기도회가 열린 시나이반도 북부 알라우다 모스크에 나타나 군사작전을 하듯 조직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24일 정오를 조금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5대에 나눠 타고 모스크에 도착한 무장 괴한 25∼30명은 사원 정문과 12개 창문에 자리 잡고 공격에 나섰다.

이들은 모스크를 포위하고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설교를 시작하려 할 때 신자 500여 명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터뜨렸다.

이 테러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8명이 다쳤다.

◆깃발 들고 대규모 사상자 내면서 건재 과시=테러범들은 IS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테러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없으나 IS 이집트지부 소행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IS 등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공격이 잦은 지역이다. 특히 사나이반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IS 이집트지부는 이집트 군경과 콥트교도를 목표물로 여러 차례 테러를 감행했다.

IS 이집트지부는 2015년 10월 이집트 상공에서 탑승자 224명 전원이 숨진 러시아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 배후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번 테러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요 거점을 잃었어도 곳곳에 있는 IS 지역 지부는 건재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최대한 잔혹한 공격으로 IS가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 있으며, 지부가 IS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권력 투쟁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같은 무슬림 도륙…'선명성 경쟁' 신호탄인가=테러가 발생한 사원은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Sufism) 신도가 주로 찾는 모스크로 알려졌다.

쿠란이나 교리보다 신과 합일하는 체험을 추구하는 수피파는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조직과 보수 수니파로부터 이단으로 배척을 받아왔다.

수피즘은 물질주의를 멀리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에서 신을 찾는 행위, 다른 사상에 대한 관용,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자신들의 신념만 유효하다고 보는 IS는 수피즘을 표적으로 삼아왔다.

서방 전문가들은 무슬림을 대규모로 학살한 이번 사건에서 IS가 중동 거점에서 패퇴한 뒤 느끼는 절박함이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수피파 성지와 사원은 IS의 표적이 돼오기는 했으나 IS와 같은 종파인 수니파가 뿌리를 내린 이집트에 있는 시설은 그간 공격을 면했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이 중동 거점상실과 함께 구심점이 흔들리는 IS에서 주도권을 두고 펼쳐지는 선명성 경쟁의 하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더욱 절박해질수록 누가 더 엄격한지를 둘러싸고 내부 불화가 생긴다"며 "그들은 강경파 가운데서도 가장 강경한 사람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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