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바늘과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기법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서옥순 작가의 개인전이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와 질료'(Image Materielle)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서 작가는 부드럽고 깊은 질감과 색의 울림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명상적 분위기가 묻어나는 최근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하나의 몸에 단단하게 붙어 있는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이다. 남근 형상의 꼭대기에 커다란 여성의 얼굴이 고정되어 있으며 외부의 자극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 보인다. 그런 단단함 사이로 검은 나비와 작고 귀여운 얼굴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배꼽 부분에서 나온 탯줄 같은 끈은 자신의 입속으로 다시 들어가며 마치 영양을 섭취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면과 소통하는 이성적 자아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이 작품은 고정되어 있는 신체가 아니라 움직이는 신체이다. 작품의 아래쪽에 바퀴를 달아서 언제 어디든 가야 하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작품 '몽상'은 수동적 이미지이다. 커다란 얼굴에 작은 얼굴이 솟아나 있고 마른 나뭇가지가 움터 있으며 봉합된 상처에는 검은 나비가 앉아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얼굴, 서 작가는 "이 작품이 오히려 꿈과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며 "몸에 난 상처는 언젠가 아물 것이고 아픔처럼 기쁨도 늘 옆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캔버스 위에 풍성한 볼륨과 화려한 색으로 작업한 '몽상의 명암' 시리즈는 마치 인간 내면의 속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 살갗은 부드러운 것 같지만 표면은 상처의 흔적으로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아트스페이스펄 정명주 큐레이터는 "서 작가의 이번 전시는 억압받고 상처로 얼룩진 자아를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투영한 우리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 작가는 계명대 서양화과와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2월 8일(금)까지.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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