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에 대한 태도와 경제구조를 새롭게 바꾼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지만 썰렁하기만 하다. 이미 결정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뚜렷한 이유 없이 취소되는가 하면,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동상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어두운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로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의 등소평이 모택동의 행적을 평가하면서 모택동을 중국 근현대사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공칠과삼의 논리는 공과 과를 수적 논리로 판단한다는 오류를 지닌다. 공과(功過)란 질적 평가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수적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
동전이 형상을 가지기 위해선 앞면과 뒷면 그리고 이 두 면을 형상으로 만드는 옆면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온전한 동전을 판단하기 위해선 사면팔방의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 고정된 각도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본 사고의 방향성으로 내린 그들 개개인의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나 완전히 옳은 것이라 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찍이 2천500여 년 전에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중용이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용은 최고의 '형이상학'에 속하는 것으로써 이를 반박할 논리는 아직까지 나온 게 없다. 중용 제2장 중니장지(仲尼章旨)에는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며 군자는 중용을 행함에 때에 맞게 해야 한다'고 했으며, 제6장 순기중용(舜其中庸)에는 '은오이양선(隱惡而陽善) 집기양단(執其兩端) 용기중어민(用其中於民)이라며 악한 것은 숨겨주고, 선한 것은 드러내며, 양쪽의 끝을 잡고 그 중도를 가리어 백성에게 쓰셨다'라고 적혀 있다.
중용의 본뜻은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본질에 있다. 중용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오,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 행위의 본질은 국태민안(國泰民安)에 있다.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행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의 선택은 시의적절(時宜適切)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행위의 결과에 대한 평가도 역시 시의적절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이를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 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에 공만 있다거나, 과만 있는 결과는 없다. 오륙십 년 전의 비참한 삶을 살아보지 않은 세대가 그 당시를 사셨던 부모의 세대와 척을 지고 공과, 과를 따로 분리하여 한 인물을, 한 세대(부모님 세대)를 부인한다는 것은 동전의 앞면만을, 뒷면만을 보고 동전이라고 주장하는 뚜렷한 오류를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자기 기만에 의한 논리이거나, 자기 합리화에 빠진 논리이다.
애당초 중용에는 공과가 없다. 행위의 결과로 드러난 현상 즉 행위의 수단이 합법적이었나, 불법적인 것이었나를 논하기보다는 중용을 통해 우선 행위의 본질, 즉 행위를 일으킨 동기를 밝혀야 한다.
행위의 결과는 공익의 달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행위가 이루어진 그 시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림이 바람직하다. 오륙십 년 전에 행해진 한 인물의 삶을 평가함에는 이러한 뚜렷한 기준을 잣대로 삼아 측정을 하여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공과의 대상이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에서 일으킨 행위는 국태민안이 본질이며 행위의 수단, 즉 군사혁명 또는 쿠데타는 합목적성에 의한 선택이었고, 목적성의 완수로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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