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포항 흥해초등학교. 경상북도 지진재해원인조사단 6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지질'건축'수리시설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계속된 여진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살피기 위해 이날 포항을 찾았다. 그동안 포항에서 보지 못했던 탐사장비도 눈에 띄었다. 차량과 연결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로, 한국에 6대 정도밖에 없는 5억원 상당의 고가 탐사장비였다.
◆2차 피해 계속 조사 필요
조사단은 현장점검팀과 땅 밑 조사팀 등 2개 조로 나뉘어 출발했다.
현장점검팀은 가장 먼저 흥해초 옆 경상북도립 영일 공공도서관 내'외부를 둘러보며 손상 정도를 살피고 나서 외벽 갈라짐 현상이 심한 한미 장관맨션 나동 앞에 섰다.
한 교수는 "다동은 괜찮은데 가'나 동은 왜 이렇게 피해가 큰 걸까요?"라며 다른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장관맨션을 더 돌아본 또 다른 교수는 "콘크리트벽은 비교적 온전한 것 같은데, 시멘트를 덧대거나 벽돌이 있는 부분이 많이 위험해 보이네요"라고 전했다.
건물 입구 계단과 외벽이 지진에 파손돼 작은 구멍까지 난 원룸을 잠시 둘러본 뒤 대성아파트로 간 전문가들은 1차 조사 때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더욱 눈여겨 건물을 살폈다. 그러던 중 아파트 E동 1층 기둥 밑단을 보려 쪼그려 앉았던 한 교수가 "왜 여기에 나무가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다른 전문가들도 일제히 그곳을 바라봤다. 갈라진 기동 사이로 널빤지 같은 나무가 박혀 있었다. 다른 교수는 "거푸집을 빼지 않은 것 같은데…" 하며 생각에 잠겼다.
다른 문제점도 발견했다. 한 개 동을 지을 때 단번에 건물을 올린 것이 아니라 두 개 건물을 따로 지은 뒤 한 개 동으로 붙인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이 있었다. 건물 한가운데인 이 지점은 옥상부터 아래로 쪼개져 속살을 내보였다. 한 교수가 "5층 끝에 한번 보세요. 스티로폼이 그대로 보이네요.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라고 말하자, 다른 교수는 1층 아래 기둥 쪽을 가리키며 "여기도 잠깐 보시죠. 여기는 철근이 안 보여요. 콘크리트벽이 아닌가 봐. 제대로 붙어 있지도 않았던 것 같네요"라고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다.
포항 지진에 손상된 건축물을 둘러본 조사단은 "기초가 가장 문제다. 부실공사로 의심되는 부분들이 계속 눈에 띈다"고 입을 모았다.
김교원 경북대 교수는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지진 당시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 토사나 토석류가 무너져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포항도 땅이 흔들렸으니 산사태나 저수지 붕괴, 스트레스가 누적된 건물의 2차 피해도 계속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싱크홀 등 땅밑 조사
땅 밑 조사를 맡은 ㈜지오메카이엔지 채휘영 대표의 조사팀은 양덕정수장 주변에서 발견된 지진 피해 현상을 탐사장비로 촬영하고 있었다. 이곳 일대 도로에선 균열이 발견되고, 부분적으로 침하되거나 솟아오른 흔적이 눈으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 조사팀 탐사장비는 전자파를 땅으로 쏴 최대 2m 깊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장비는 서울에서 싱크홀 500여 개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장비가 투입된 목적은 액상화 현상에 의한 싱크홀 조사와 지진으로 상'하수관 파손 여부 조사 등을 위해서다. 이에 흥해읍 7번 국도와 대성아파트 근처 도로 땅 밑 등 20여㎞를 쉬지 않고 촬영하며, 연구'분석에 쓰일 자료를 촬영했다.
채 대표는 "이번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났다면 위로 올라온 지하수가 밑으로 빠지면서 싱크홀이 생길 수도 있다. 또 하수관이나 상수도관이 파손됐을 때도 싱크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조사한 내용은 열흘 뒤쯤 경북도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석정수 단장은 "여진이 계속되며 땅을 흔드는 상황에서 산사태나 수리시설 파손, 지하 동공(싱크홀), 교량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기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이전에 진행된 1차 조사는 눈에 보이는 피해상황이었다면, 2차는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예측하고 대응하고자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 자연재난과 김종태 이학박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경북도와 포항시의 향후 안전정책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밀한 분석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지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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