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음모론까지 나온 여당 의원들의 신광렬 판사 공격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석방한 신광렬 부장 판사에 대한 여당의 인신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6일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석방은 "성급하고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결정은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며 "일정한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석방이 적폐 청산에 반대하는 세력의 조직적 저항의 한 줄기라는 뜻으로 들린다. 일종의 음모론이다.

송영길 의원은 이런 음모가 존재함을 더욱 분명히 말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석방된 지난 23일 "신광렬 판사는 (박근혜 청와대의) 우병우 전 수석과 TK 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로 같은 성향"이라고 했다. 거칠게 말하면 신 판사는 우 전 수석과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모두 근거 없는 추론일 뿐이다. 박 의원은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성급하고 독단적인 결정'이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란 주장뿐이다. 신 판사를 '우병우 성향'으로 못 박은 송 의원도 마찬가지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판사의 성향 판별의 기준은 동향이나 연수원 동기라는 개인적 이력이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판결을 내렸느냐이다. 송 의원은 신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기초적인 조사라도 했는지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박'송 의원의 말은 신 판사에 대한 모욕적 언어폭력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언어폭력이 법치의 부정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한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의 출발점이다. 사법부가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는 판결만 내려야 한다면 굳이 사법부를 둘 필요가 없다. 그런 사법부는 정치권의 청부업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뜻과 맞지 않은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인격 테러는 이제 일상화됐다. 법치가 무너지는 조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앞장서 막아야 할 집권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법치의 교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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