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일호의 에세이 산책] 머리도 중요하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제일 고통스러운 분이 예수님과 부처님이다. 각 교회와 성당, 절에는 자식을 일등대학에 합격시켜 달라고 애원하는 부모님의 간절한 소원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님은 전국에서 모인 수험생 부모님의 108배 정성을 바라보며 모두 합격시켜주지 못하는 마음은 어떠할까?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 사는 외손녀가 어항 속의 물고기와 놀다가 유리를 깨뜨려 응접실 바닥이 물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말도 다 배우지 못한 어린것이 "엄마야~" 대신에 "오~ 마이 갓!" 하며 울지 않는가? 외손녀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영어뿐만 아니라 몇 개 학원을 더 다니고 있었다. 다른 아이도 다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내 자식을 뒤처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딸의 설명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필자는 교육감 추천으로 3년간 초'중'고에서 북유럽(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하고 있는 디베이트(토론) 교육을 한 바 있다. 수업 중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학생에게 꾸지람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꾸지람 교육이 칭찬 교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일은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밤에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집에서 자면 될 것을 왜 학교에 와서 자느냐고 반문하니 내신성적 때문에 결석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장이다.

우리 국민은 일등대학에 가야지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고, 출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이 때문에 교육에 모든 것을 투자한다. 삐뚤어진 입시 위주 교육이 기러기 아빠부터 노후 대책이 없는 노인을 탄생시켰다. 젊은이 모두가 '공생'이 되어 있고, 고시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결국 90%는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캥거루족이 되어 결혼도 못하고, 세계 제1의 저출산국을 만들어 놓았다. 빈부, 계층 간의 갈등은 행복지수 108위 나라, 한 해 1만6천여 명이 자살하는 자살 1위국이란 불명예를 낳았다, 부패지수도 45위다.

이 모든 것의 주범은 교육이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직업 귀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노동자는 250여만 명이나 된다. 왜 우리 젊은이는 놀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내어주고 실업자가 되어 있는가? 부귀영화만 노리는 교육이 문제다.

조선시대 때 대감을 먹여 살리는 것은 그 집 머슴이고 하인이었다. 지금 기업을 살리는 최고의 공로자는 비정규직이다. 더 이상 '공순이', '공돌이'가 아니다. 이들에게 애국의 공로자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재벌기업과 국가는 이들의 처우 개선과 환경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많이 배워서 높은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마라. 잘못해 감옥 가는 위정자들을 국민들은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다. 머리도 중요하지만 팔다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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