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를 맞아 대구시는 시민 속으로 들어갔다.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소통을 하면서 협치의 장이 열렸다. 현장에 시장실을 열어 풀리지 않는 현안의 해법을 찾았다. 원탁회의와 시정혁신위원회 같은 제도를 통해 시민 참여의 장이 더 넓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산 편성'운영에도 시민이 참여했다. 필요한 사업을 시민이 직접 제안하고, 진행 과정도 살폈다. 이를 통해 생활밀착형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실현됐다.
◆현장이 시장실이다
27일 오후 대구보건대 연마관 국제회의실. 재학생과 교직원 300여 명이 가득 메웠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학생이 만나는 자리였다. 청년의 고민을 나누고, 시정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날 권 시장은 '대구 청년, 대구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청년이 아이디어와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대구를 만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강연 뒤에는 질의응답을 통해 대학생의 고민을 듣고 의견을 수렴했다.
권 시장은 앞서 지난 9월에는 영진전문대학교를 방문했다. '청년이 대구의 미래이다'는 생각에 따라 지역 대학에서 현장소통 시장실을 연 것이다. 이날 강연에 앞서 영진전문대 산학협력단 소속 가상공학센터를 들렀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개발과 3차원 입체영상 제작, 홍보 방송 서비스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미래산업인 가상현실 분야의 애로사항을 중점적으로 들었다.
대구시는 민선 6기 들어 현장에 시장실을 열고 있다. 시민과 벽을 허무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85곳을 방문했다. 주요 현안과 집단민원에 대한 해법을 현장 대화와 토론을 통해 찾으려는 시도이다. 안심연료단지 등 현안 357건을 건의받아 상당수를 처리했다. 수시로 구'군을 순회하는 민생현장 시장실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시민이 명예과장이 되는 '시민책임과장제'도 운영한다. 시민이 정책제안 공모에 참여해 채택되면 해당 사업 담당 부서의 명예 책임과장으로 임명한다. 사업이 끝날 때까지 사업 진행 방향과 성과를 논의하면서 제안의 취지가 실현되도록 협업을 한다. 시는 올해 8월까지 시민 9명을 책임과장으로 임명했다.
◆예산의 주인은 시민
대구시는 시민이 제안한 사업을 예산에 반영했다. 지난 9월 1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주민참여예산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133억원 규모의 주민제안사업 328건을 선정했다. 애초 상정된 사업은 모두 422건(162억원)으로 온라인'현장투표와 심사를 거쳐 내년도 추진 사업을 결정했다. 시정참여사업 116건(85억원)과 지역참여형사업 167건(43억원)을 확정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읍'면'동 지역회의 시범사업 45건(5억원)도 총회 승인을 거쳤다.
눈에 띄는 시민 아이디어는 금호강 주변 환경개선사업이다. 시는 시민 제안에 따라 금호강 자전거도로(달서천~아양기찻길 구간)에 사업비 15억원을 투입해 가로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야간 보행자와 자전거 간 접촉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이다. 또 강변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시박을 퇴치하고자 2억5천만원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가시박이 싹을 틔우는 초여름에 인력을 투입, 집중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당초 700만원이었던 예산을 대폭 늘렸다.
2015년부터 추진한 대구 '주민참여예산제'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참여위원이 2014년 10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최종 선정에 시민투표제를 도입해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더불어 구'군은 물론 읍'면'동에서도 참여하도록 했다. 읍'면'동별로 주민들이 공동 관심 사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시의 예산 현황과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예산아카데미' 과정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 지난달 16~27일 전'현직 주민참여예산 위원 50명이 올해 집행하는 주민제안사업(266개'104억원)에 대해 현장 확인 모니터링을 벌였다. 이는 주민제안사업 예산이 애초 취지를 살리면서도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원들은 지난 5월 서면 심사에 이어 현장 방문을 통해 추진 상황을 점검했고, 그 결과를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넓어진 시정 참여의 길
민선 6기 들어서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길이 더욱 넓어졌다. 시민원탁회의가 대표적이다. 시는 2015년 시민원탁회의를 정례화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동안 대규모 토론회인 시민원탁회의를 11차례 열었다. 이를 통해 2030 도시기본계획과 교통사고 줄이기 대책, 청년과 복지, 자원봉사 등 여러 분야에 시민 의견을 담았다.
지역 맞춤형 원탁회의도 열었다. 지난 9월 21일 달서구 성서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찾아가는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주제는 '성서지역을 바꾸는 오만가지 상상, 머물러 살고 싶은 10년 후 우리 마을'이었다. 시가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초로 지역공동체 속으로 찾아갔다. 이날 다문화가정과 성서공단 대기오염, 생활환경 개선, 먹을거리 안전, 교육 문제, 쓰레기매립장 등 지역 6대 쟁점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시는 올해 1월 시정혁신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시민이 주도하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과 전문가 등 각계 인사 13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지역 학계를 비롯해 빅데이터 전문가, 여성과 청년 활동가, 교통통신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시는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3개 팀(체감행정확산팀, 서비스혁신팀, 규제'관행혁신팀)과 실무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혁신위 활동을 지원 중이다. 또 점검단을 운영하면서 혁신과제 추진 상황을 살피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4월에는 1차 혁신과제 21개를 발표했다. 250여 과제를 발굴해 여러 차례 검토 과정을 거쳐 추려낸 것이다. 1차 과제의 5대 전략은 ▷ICT기반 행정서비스 확대 ▷공감하는 소통 강화 ▷지역사회 기반 협치 확대 ▷혁신공감대 확산 ▷시민만족 서비스 확산 등으로 정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주민참여예산제 등 대구의 협치 제도에 대해 정부와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둘 정도로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행정서비스 혁신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안은 묵은 폐단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 시민 뜻을 담아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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