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추진과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앞선다. 교육부는 2022년 제도 도입에 앞서 인프라 구축, 효과적 운영을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교사들은 대입 방식에 따라 수업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입시제도 손질이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 "연구'선도학교로 제도 연구"
교육부는 내년부터 연구학교 60곳, 선도학교 약 40곳을 지정해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한 정책 연구에 나서겠다고 했다. 우선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졸업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출석 일수를 기준으로 한 현행 졸업 기준이 아닌 학점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같은 학사제도 개편에 따른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기능 개선도 함께 이루어진다.
교사가 다양한 교과를 지도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 임용, 연수 등에 관한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도 학점제 업무 전담부서를 설치해 제도 개선 연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수업'평가에서 자율성,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과정이 다양해지면서 고교 교육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교사 "다양한 수업 개설 의문"
고교학점제는 대학교 수업처럼 학교에서 여러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같은 과목이라도 교사마다 분야별로 특색 있는 수업 개설이 선결 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다양한 수업 개설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구지역 한 교사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이 선택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개설이 어렵다고 말한다. 중학교나 고교 저학년 때까지는 몰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쩔 수 없이 수능 대비 문제풀이 방식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수업은 입시 제도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 놓고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대입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 선택과목의 경우 인원 수에 따른 불리함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예를 들어 소수 선택과목에서 13명 미만이 수강하면 이수'미이수로만 성적표에 나가고 대입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데 13명이 수업을 듣는다면 등급 비율 계산에 따라 1등급은 1명, 2등급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고교학점제로 고교 서열화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내신에서의 불리함이 줄어들어 자사고'외고나 명문 일반고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교학점제는 대입제도 개편 신호탄
고교학점제 시행은 향후 고교 체제 개편과 대입제도 변화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 자사고'외고 폐지 등 주요 교육 현안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다.
현재처럼 학교 내신 점수를 절대적 기준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희망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현 수능을 비롯한 대입 제도 또한 손질이 불가피한 것이다. 대입에서 다면평가인 학종 비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공정성 논란을 막기 위한 대책 또한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학점제 정착을 대입제도 단순화와 공정성 제고 등 종합적 제도 개선의 성패를 좌우할 요인으로 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입에서는 고교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중심 선발에서 선택 교과와 자발적 학습 활동을 종합평가하는 쪽으로 바뀌고, 정량화'서열화된 점수 기준은 잠재력과 역량에 대한 정성 평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은 내신 부담을 완화하는 성취평가제와 연동된다. 현재 대입에서 학종 비중이 확대되는 취지를 잘 살려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곽병권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자사고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내신 절대평가까지 발표되면 정부 의지와는 달리 자사고는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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