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혈압약을 복용하던 홍모(57) 씨는 얼마 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했다. 한가했던 주말 오전,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홍 씨는 갑자기 왼쪽 팔,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도 마비돼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발음이 어눌해졌다. 119구급대의 도움으로 30분 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홍 씨는 급성뇌경색 진단을 받고, 혈전용해제 투여와 혈전제거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다. 증상 발생 3시간 이내에 이뤄진 빠른 조치 덕분에 홍 씨는 6일 만에 후유증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뇌졸중은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중증 질환이다. 한 해 평균 뇌졸중 발생 환자는 10만5천여 명에 이르고, 20분에 1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치료 후에도 신체 마비나 언어장애, 치매 등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엔 급격한 혈관 수축으로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한쪽 팔'다리 힘 빠지고 안면마비되면 응급실로
뇌졸중은 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히는 폐색 형 질환인 뇌경색으로 구분된다. 전체 뇌졸중 환자 10명 중 8명은 뇌경색이다. 뇌출혈은 대부분 뇌실질내 출혈과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거미막하출혈로 구분된다. 뇌실질내 출혈은 고혈압 등으로 소 혈관이 파열되면서 발생한 혈종이 뇌조직에 손상을 주고 뇌압을 높이는 게 원인이다. 거미막하출혈은 이미 형성된 동맥류가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정도에 따라 심한 뇌손상과 뇌압 상승을 유발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 뇌손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뇌경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의 큰 혈관이 동맥경화로 막히는 경우가 40% 정도이고, 소 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20%를 차지한다. 또 발병 원인 중 20%는 심장에서 발생한 피떡이 뇌혈관을 막는 경우다. 이 밖에 혈관 박리나 혈관염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뇌졸중이 생기면 갑작스럽게 한쪽 팔 또는 다리가 마비되거나 의식 및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시야 장애와 중심을 잃고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도 주된 증상이다.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주로 한쪽 편에만 생기는 점도 특징이다. 초기 뇌졸중 증상을 쉽게 기억하려면 'FAST 법칙'을 기억하면 된다. 'Face'(얼굴), 'Arm'(팔), 'Speech'(말), 'Time'(시간)의 머리글자를 딴 'FAST'는 안면마비와 함께 팔에 힘이 빠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면 빨리 119구급대에 연락하라는 뜻이다.
일시적으로 뇌졸중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가 몇 분 또는 몇 시간 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일과성 뇌허혈발작'(TIA)의 증상이다.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뇌에 적절한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 뇌세포의 기능이 정지됐다가 다시 혈액이 공급되면서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혈액공급이 다시 회복되므로 뇌경색과 달리 뇌영상 검사에서 죽은 부위가 확인되지 않지만, 뇌경색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전조 신호여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인 경우, 뇌졸중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뇌의 큰 혈관에 협착이 있는 경우는 48시간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
◆3시간 30분 내에 반드시 병원 가야
급성뇌졸중, 특히 뇌경색은 시간이 곧 생명이다. 막힌 뇌혈관과 연결된 특정 중심 부위는 대개 4~5분 내로 죽는다. 이에 비해 주변 부위는 다른 부위에서 공급받는 혈액의 양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죽는 뇌세포의 범위가 넓어지고, 4~6시간이 지나면 주변 부위 뇌세포도 상당 부분 죽는다. 따라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재개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막힌 혈관을 뚫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혈전용해술이다. 정맥에 투여하는 혈전용해제는 작은 혈관을 재개통하는 데 효과적이다. 혈전용해제는 증상이 시작된 후 4시간 30분 내에는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 이후에는 오히려 출혈을 일으켜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다. 응급실에 도착해 뇌영상 검사를 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시간 30분 안에 병원에 가야 한다는 뜻이다.
혈전용해제는 굵은 동맥을 뚫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혈관을 막은 피떡까지 카세터를 주입한 뒤 스텐트나 흡입기로 피떡을 뽑아내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활용된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뇌 안 큰 혈관 폐쇄의 70~80%를 완전 개통시킬 수 있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도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떡 제거가 1시간 늦어질 때마다 회복률이 14%씩 떨어진다. 효과적인 장비와 시설, 의료진을 갖춘 뇌졸중전문치료실은 일반 병실보다 사망률은 14%, 심한 장애가 남는 위험은 18%가 낮아진다. 뇌졸중전문치료실은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뇌졸중은 팔'다리 마비뿐만 아니라 우울증, 감정부조화, 불안감, 이상 행동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손상 부위나 정도에 따라 기억 및 언어장애, 실행력장애 등의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해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를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과일과 야채, 저염식, 통곡물 등 건강한 식습관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서 "적절한 운동과 신체활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담배는 반드시 끊는다. 과음을 피하고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준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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