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밀의료, 새로운 지평을 열다'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의학은 19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지난 200여 년간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3차례의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많은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인공지능과 가상공간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고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난소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환자가 중학생 딸과 함께 진료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가족력이 있었다. 환자의 어머니도 10년 전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언니는 최근 유방암으로 수술을 한 경력이 있었다. 환자는 자신의 딸도 혹시 난소암이나 유방암 등 여성암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환자는 이런 암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지, 예방이 가능한지를 간절히 알고 싶어했다.
환자를 안정시킨 후 난소암과 유방암의 가족력과 유전적 인자에 대해 설명하고 유전성 난소암을 일으키는 특수 유전자 검사를 소개했다. 난소암은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5~10%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환자처럼 유전적 이상 유무를 진단해 질병 예측 및 예방, 맞춤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접근 형태를 '정밀의료'라고 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같은 질병에 대해 같은 방법론으로 접근해 환자를 치료하는 표준 의학에서 벗어나, 개인별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처한 환경 등에 따라 환자에게 알맞은 최선의 치료를 적용하는 '정밀의료' 분야가 의료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밀의료란 차세대 의료서비스로 각광받는 개념으로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끈 정밀의학계획 출범 이후, 미래의학에서 중요한 3가지 키워드로 '유전체약물학', '질병 예측', '질병 예방'을 제시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위험도 예측, 동반 진단, 표적치료, 약물 유전체 맞춤 치료에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이다.
유전 정보 모형을 이용하면 제2당뇨병과 전립선암의 고위험군을 각각 18.8%와 12.2%가량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키도 33.4%를 내다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유전자 정보와 뇌 영상 자료를 종합하면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질병 예측 시스템 및 유전자 맞춤치료는 초보 단계다. 하지만 향후 많은 질병을 정확히 예측하고 환자의 유전 정보에 맞는 개별화된 맞춤치료를 할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적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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