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부모 찾아서 대구에 온 獨 바이올리니스트 28세 율리아 유순 그로닝 씨

1989년 3월 동구 주택 앞 발견, 1990년 입양돼 훌륭하게 성장

"친부모님을 만나면 제가 화나지 않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기억조차 없는 친부모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대구를 찾아온 율리아 유순 그로닝(28'여) 씨는 당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양부모님 덕분에 행복하게 자랐기에 친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의미였다.

1989년 3월 20일 새벽, 갓 태어난 율리아 씨는 포대기에 싸인 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주택 앞에서 발견됐다. 집주인은 경찰에 신고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따 '김유순'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1990년 7월에는 한 복지재단을 통해 독일에 입양돼 '율리아 유순 그로닝'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양부모님은 한국을 잊지 말라며 이름에 '유순'을 넣어주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제 뿌리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어요. 저도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 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어요."

그는 대구 중부경찰서를 통해 DNA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채취한 DNA를 실종아동 전문기관에 보내 등록된 부모들의 DNA와 대조해볼 계획이다.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인 율리아 씨는 함께 방한한 약혼자 리온 힌리스(29'피아니스트) 씨와 오는 12월 1일 독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친부모를 찾는다면 귀국을 미룰 생각이다.

"친부모님께는 저를 보살필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죠. 모두 이해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습니다."

연락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053)659-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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