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문댐 저수율 하락 비상] 내년 1월까지 비 안 오면 88만 주민 제한급수할 판

운문댐 물이 말라가면서 대구뿐 아니라 경산, 영천, 청도 지역도 수돗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오후 청도군 운문댐 상류의 취수탑 주변이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14.8%에 머물러 내년 2월 초면 용수 공급이 불가능한 저수위 도달이 예상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운문댐 물이 말라가면서 대구뿐 아니라 경산, 영천, 청도 지역도 수돗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오후 청도군 운문댐 상류의 취수탑 주변이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14.8%에 머물러 내년 2월 초면 용수 공급이 불가능한 저수위 도달이 예상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운문댐 유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48% 정도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27일 기준 운문댐 저수율은 14.9%로 1996년 댐 준공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가운데 최근 저수율이 10%대까지 내려가자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하루 20만t을 공급하던 운문댐 물을 13만t 정도로 줄였다. 조만간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정도로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1월 말에는 저수위에 도달하게 된다. 운문댐 물을 먹는 대구'경산'영천 및 청도 지역 약 88만 명의 주민이 제한급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구, 추가 수계 조정 가능성 검토

대구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8~10월 4차례 수계 조정을 통해 운문댐 물을 쓰는 고산정수장의 하루 수돗물 생산량을 기존 23만3천t에서 15만2천t으로 8만1천t 줄였다. 대신 감소분만큼 낙동강 물을 쓰는 매곡(4만2천t)'문산(3만9천t) 정수장 생산량을 늘렸다. 이를 현재 수성구'동구'북구 등의 9만8천 가구(26만1천 명)가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고산정수장은 내년 1월 중 2.6㎞ 길이의 도수관로 신설을 완료해 하루 12만7천t의 금호강 물을 끌어다 쓸 계획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가뭄이 지속된다면 운문댐 급수량이 '0'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도수관로 공급만으로는 현재 공급량(15만2천t)보다 2만5천t이 부족해져 일부 지역에서나마 생활용수 부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부족한 2만5천t의 원수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가압시설 설치 등이 가능한지 조사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을 원수로 한 매곡정수장, 문산정수장의 수돗물 생산량은 65만3천t이다. 두 곳의 시설 용량은 90만t으로 현재 가동률이 72.6%인 만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수한 물을 수성구 등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 가압시설이 필요하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비상도수관로를 확보해도 원수가 모자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수계 조정을 포함한 기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장마까지는 수돗물 공급이 안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 계양정수장 원수 취수, 운문댐에서 금호강으로

경산시는 하루 평균 11만5천여t의 수돗물을 생산한다. 예년 기준으로 원수는 금호강에서 5만5천t, 운문댐에서 6만t 정도를 공급받았다. 운문댐에서 온 원수 6만t은 계양정수장에서 3만t, 운문댐 자인광역정수장 1만5천t, 고산정수장에서 1만5천t씩 수돗물로 정수해 경산지역 3만3천여 가구, 약 27만 명의 시민들에게 공급해 왔다.

그런데 운문댐 원수가 급격히 줄면서 비상이 걸렸다. 고산정수장은 운문댐 물 대신 공급구역 변경 등을 통해 매곡정수장에서 원수를 끌어다 경산과 대구 등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런 가뭄이 계속될 경우 내년 2월부터 운문댐에서 공급받던 원수 공급이 아예 중단돼 금호강에서 취수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산시는 운문댐에서 공급받던 계양정수장 원수를 금호강으로 대체하기 위해 경산취수장(경산시 대정동)에서 하루 3만t을 추가 취수하는 취수 펌프 2대 증설 사업(사업비 10억원)을 최근 발주했다. 경산시 관계자는 "내년 2월 초순 완공해 물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천댐 영천통합정수장서 수돗물 공급 실험까지

영천시 금호읍, 북안면, 대창면, 남부동 일대 수돗물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영천시는 평소 운문댐에서 하루 1만5천t을 받아 이들 4개 지역 1만2천170가구, 2만3천158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해 왔다. 운문댐 원수 공급이 대폭 줄어들자 영천시는 최근 두 차례 4개 읍'면'동 이장회의에서 "가뭄이 계속될 경우 수돗물 제한급수 및 최악의 상황에는 단수될 수도 있다. 수돗물을 아껴 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영천시는 운문댐 수돗물의 전면 공급 중단을 가정, 영천댐 밑 영천통합정수장에서 하루 3천t 정도를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을 실험했다. 영천통합정수장은 영천댐을 수원으로 해서 하루 수돗물 3만4천t을 생산, 영천 시내 5만9천여 명에게 공급한다. 영천댐 저수율은 28일 기준으로 41.4%여서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영천시 관계자는 "운문댐에서 내년 6월까지는 수돗물을 공급해주기로 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장담할 수 없다. 대비책으로 영천시 정수장 및 배수지 신설 사업비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했다.

◆성곡댐 풍각정수장 증설 위해 국비 지원 건의

청도군은 지역에 공급하는 수돗물 하루 필요량 1만5천t을 운문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운문댐 물을 쓰는 가구도 해마다 늘어 11월 현재 1만7천 가구, 3만2천 명이 공급받는다. 이에 따라 별다른 수돗물 공급 수계가 없는 청도지역은 정부의 비상공급대책사업과 운문댐 유역 가뭄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도군은 내년 2월 금호강계 비상도수로 시설이 완료되면 대구'경산으로 나가는 물이 끊기면서 청도지역 물 공급은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대구'경산으로 하루 14만~15만t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청도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청도군 풍각면 성곡댐 물을 끌어다 수돗물로 공급하는 방안으로 환경부 등에 168억원의 국비를 건의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성곡댐 물을 원수로 현재 가동이 중단된 풍각정수장을 증설하면 화양읍 등 5개 읍'면 8천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K-water 운문권관리단은 내년 2월 초쯤 물 공급이 제한받는 저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분간 청도지역 공급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운문권관리단 관계자는 "비상공급대책 사업과 연계해 제한급수 상황이 오지 않도록 물관리에 나서고 있다. 인근 지자체는 대체 수원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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