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전통방식 그대로 고향의 흙을 빚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망댕이 가마'를 축조해 도예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도예가 김상구(48) 씨의 한결같은 각오다. 김 씨는 안동시 상아동에 자리 잡은 안동요(安東窯)의 주인이다.
망댕이는 지름 15㎝, 길이 25㎝의 원통형 진흙덩이로 가마 지붕을 아치형으로 만들 수 있게 한 일종의 벽돌이다. 좋은 도자기는 1천500℃ 이상 고온에서 구워내는데 이 가마가 엄청난 고온을 견디며 오랜 세월 버틸 수 있는 것은 가마 재료인 망댕이 덕분이라고 한다. 가마는 짓고 난 뒤 무너지거나 고온에서도 터지지 않고 견뎌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망댕이 가마는 뛰어난 도공이 아니면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기술로 지켜지고 있다.
김 도예가의 삶을 보면 그는 마치 도예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1970년 안동시 이천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도예가가 되길 꿈꿨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하남시의 완송요에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하생 생활을 하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로 힘든 때도 잦았지만 흙을 빚어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며 "고향의 흙으로 자기를 빚고 싶다는 욕심에서 안동으로 내려와 정신없이 달려왔더니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그는 전통을 이어가는 최고의 도공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술 연마와 이론 습득에 매진했고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2009년 고향으로 내려와 '백자 청화투각모란당초문 항아리(보물 제240호)'의 재현에 성공했다. 그 공로로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특선의 영예를 안았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인 도자기 우수 숙련 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도예가는 "전통이라는 것은 계승하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필연적으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에 그는 전통 자기에 대한 우수성을 알리고자 전시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앙부아즈 클로뤼세성에서 순백자 달항아리를 전시한 데 이어 12월 7~13일에는 안동민속박물관 별관에서 도자 개인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도예가 대부분이 경기도와 문경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안동에서 작업하는 그의 고집은 돋보인다. 그의 목표는 고향에서 전통을 이어가며 후대 양성과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다.
김상구 도예가는 "자기는 흙이 기본인데 안동에서 생산되는 흙이 최고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지역 고유의 빛깔이 자기에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우리 지역만의 색이 닮긴 자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전통 도예에 대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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