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0일 오전 2시 4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남서편에서 일순간 검붉은 연기가 치솟았다. 좁은 상가에 겹겹이 쌓인 의류'원단 등 가연성 물질을 먹어치운 화마(火魔)는 걷잡을 수 없이 덩치를 키웠다. 58시간이나 이어진 불은 서문시장 4지구 679개의 상가점포를 모두 태우고서야 꺼졌다. 재산피해는 469억여원에 달했다. 상인들의 마음도 가게와 함께 새까맣게 불탔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9일 오후 서문시장. 화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한결 활기를 되찾은 시장은 호떡이나 어묵 등 주전부리를 손에 들고 물건을 구경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간식 매대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상인들은 힘찬 목소리로 손님을 끌었다. 손님들이 다니는 아케이드 천장에 드문드문 눌어붙은 그을음과 옛 4지구 부지를 가려둔 안전펜스만이 그날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을 뿐 예전 생기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피해상인들의 마음에 난 생채기는 깊었다. 화재 이후 인근 2지구로 가게를 옮긴 상인 조모(60) 씨는 1년 전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흘렀어도 악몽처럼 생생하다. 온 재산을 날리고 한동안 깊은 우울에 빠져 있었다"며 "장사를 재개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가끔 4지구에 불이 나는 꿈을 꾼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1년의 시간 동안 4지구 피해상인들의 마음에 새 희망도 자랐다. 피해상인 대부분이 생업에 복귀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다. 4지구 피해상인 30~40%가량은 대체상가 베네시움에 입주했다. 나머지는 시장 내 다른 지구, 인근 대신지하상가 등으로 흩어져 가게를 운영한다. 피해상인 최주연(68) 씨는 "화재 이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쨌든 장사를 다시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뜻깊다"고 했다.
4지구 피해상인들은 1년 전 전국에서 답지한 도움의 손길을 잊지 않고 최근 지진 피해를 입은 '이웃' 포항 돕기에도 참여한다. 4지구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와 베네시움상인회는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화재 1주년 당일인 30일 포항시청을 방문,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완전 철거된 4지구 재건축도 순조롭다. 지난 7월 4지구 피해상인'지주 등이 모여 구성된 준비위는 최근 개발 동의서를 받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준비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피해상인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조합을 구성할 계획이다. 김홍관 4지구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작성해 가져오는 등 피해상인들의 관심이 높아 예상보다 빨리 정식 조합 구성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해 잡음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재건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