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보를 국내와 국외로 구분한다는 위험한 발상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국가정보원법 개편안의 핵심은 대공수사를 폐지해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고, 직무 범위에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해 북한과 외국 관련 정보만 다룬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친여 진보좌파 성향 인사들이 개혁위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 예견됐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향으로 개편됐을 경우 국정원의 기능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대공수사권을 어느 기관이 갖게 될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현재 대공수사에서 국정원을 능가하는 기관은 없다. 서훈 국정원장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했다. 국정원에는 오랜 대공수사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정보망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넘기는 것은 이런 노하우를 폐기하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정보를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로 나눠 국내 정보 수집은 않겠다는 것은 더 위험한 발상이다. 정보의 세계는 모호하다.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이 어지럽게 중첩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정 정보의 어디까지가 '해외' 부문이고 어디서부터가 '국내' 부문인지 가르는 기준은 사실상 없다. 정보는 '해외'와 '국내'로 두부 모 자르듯이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서훈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해외 정보와 국내 정보를 물리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암약하던 북한 공작원이 국내로 잠입해 국내 연락책과 접선하는 등 국내에서 활동한다고 치자. 개편 방안대로라면 국정원은 그의 해외 활동 정보만 수집할 수 있고, 국내 잠입 활동은 추적할 수 없다. 이런 이원적 정보 수집 체계가 제대로 기능할까.

미국이 9'11테러를 막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국내'국외 정보 수집체계가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미국은 22개 연방기관을 흡수해 국토안보부(DHC)를 창설했다. 우리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무엇을 위한 국정원 개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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