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문자메시지 등을 삭제하고 돌려줬다면 이는 강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26)씨는 여자친구 B(23)와 이별한 직후인 올해 8월 초, '이사할 준비해라'거나 '유부남과 바람났다고 소문내겠다' 등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9회에 걸쳐 B씨에게 보냈다.
이 메시지들이 행여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메시지들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B씨가 사는 원룸 건물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게 숨은 상태로 "내가 돌려받을 물건을 우편함에 넣어달라"고 연락, B씨를 밖으로 유인했다.
B씨가 나오자마자 A씨는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고, B씨는 저항하며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
A씨는 뒤따라가 B씨를 넘어뜨리고, 몸 위에 올라타 팔을 물거나 무릎으로 머리를 눌렀다.
A씨는 결국 B씨의 휴대전화를 손에 넣었고, B씨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이후 A씨는 빼앗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가 만난다고 의심하는 남자들과 연락을 시도했고, 위치추적에 대비해 유심칩을 빼놓기도 했다.
B씨가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해 사용을 정지시키자, 급기야 A씨는 B씨의 인적사항과 서명을 도용해 정지 해제 신청서를 만들어 통신사 대리점에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는 B씨의 요구에 자신이 발송했던 협박성 문자메시지 등을 완전히 삭제하고자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뒤, 빼앗은 지 3일 만에 전화기를 B씨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울산지법 형사1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강도상해, 사문서위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재판에서 "휴대전화는 다른 남자와의 통화내역 등을 확인하고 바로 돌려줄 생각으로 빼앗은 것이므로, 불법 영득(취득하여 제 것으로 만듦)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강도상해 혐의 적용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강도죄 성립에 필요한 불법 영득 의사는 영구적 보유 요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시 사용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경제적 가치가 소모되거나 장시간 점유했다면 성립할 수 있다"면서 "A씨는 피해자가 반환을 요구하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고, 저장된 자료를 모두 삭제해 기존과 같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돌려주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씨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돌려줄 생각으로 휴대전화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목적으로 강취했다고 판단되므로 강도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면서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점, 휴대전화를 빼앗고자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유인한 후 상해를 가한 점, 피해자 명의의 문서를 위조해 행사한 점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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