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 등재'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축하하는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끝나고 보름 만에 진행되는 행사이고 개인적으로는 캐나다 출장 전후로 준비하는 음악회라 부담도 되고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짧은 준비 기간에도 모든 객석이 메워질 만큼 많은 관객이 찾아 주셨고 성황리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음악회에는 유네스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을 축하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께서 참석해 주셨는데 우리 대구 사람들만이 느끼는 진한 애향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리를 빛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할 때마다 "내가 이거 되도록 노력 마이 했데이" "나는 지난해부터 이거 때문에 유네스코 자료도 정말 많이 보고 했어요" 등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의 노력을 피력하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 무슨 일이든 내 사람, 내 고장, 내 나라 일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지랖을 넓히는 우리가 바로 대구인(大邱人)이다.
오지랖은 바로 관심이 아닐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기 쉽다. 하지만 대구시민은 나름의 관심과 오지랖으로 서로 챙기고 그것이 어떤 의미이든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오늘 자신의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는다. 서로 위하고 희망찬 내일을 함께 만들어갈 줄 아는 것이 이 고장 대구 읍성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우리 대구를 찾는 외국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우리 고장에 오면 늘 다시 오고 싶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나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한 번씩 '오지랖 좀 떨지 말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타지에서 군 생활을 할 때나 유학 생활을 했을 때, 외국인을 만났을 때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유독 대구의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에게만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나와 함께 지내는 주변 사람에게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생각나고 또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정 많은 대구인들이기에 좋은 음악을 함께 듣고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타의 지방 도시와 달리 합창단, 가곡교실, 악기교실 등과 같은 일반인들이 즐기는 음악 문화가 크게 발달한 곳이 또한 대구이다. 근대 서양음악의 선구자인 박태준, 현제명과 같은 음악가의 고장이며 축제가 많은 도시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예술인이 많은 도시가 이 고장이다. 더불어 멜로디가 흐르는 도시답게 일반인들의 음악 발표회를 넘어 일반인들이 만드는 작은 오페라 공연이 있을 만큼 오지랖 넓은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이처럼 오지랖 넓고 정 많은 대구 읍성의 일원인 것이 행복하다. 간혹 오페라 공연이 있을 때 타지역의 기획자들이 "어떻게 해서 관객을 이렇게 모으셨어요?"라고 물어오면 나는 뿌듯해져서 "대구분들이 음악을, 오페라를 너무나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서로 오지랖과 관심을 소중히 여기는 대구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난 오늘도 내 자리에서 오지랖을 떨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