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2년부터 시행 고교학점제, 대구 고교들 이미 탄탄한 준비

타 학교와 '합반 수업' 강좌 89개…서울·인천보다 월등

대구중앙고가 개설한 소수 선택과목
대구중앙고가 개설한 소수 선택과목 '생명과학실험'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과학실에서 진행되는 '생명과학실험' 수업은 평소 교과수업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학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심도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현재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국'영'수 중심 과목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에서와같이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이 가능한 제도로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많은 학교에서는 소수선택과목, 협력교육과정 운영으로 지난 수년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고 3곳 특성화고 2곳 학점제 연구학교

2022년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학교 현장의 모습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다. 먼저 학교 여건에 따라 교과목 내에서 다양한 심화'선택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수강 신청에서 선택한 수강 과목에 따라 시간표가 제각각 결정된다.

현재 학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 이수 과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더라도 교육과정이 정한 필수 공통과목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고교 총 교과 이수단위(204단위) 가운데 창의적 체험활동(24단위)을 제외한 180단위 중 94단위가 필수 이수단위에 해당한다. 현 교육과정하에서라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86단위를 자신이 원하는 과목으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성적은 대학교와 같이 '학점' 방식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일부 과목을 재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교육부는 이 경우 졸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할 계획이다.

이 밖에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수준별 수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고교학점제 시행은 자사고'외고 우선선발권 폐지, 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 등과도 맞물린 문제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사항도 내년 8월 교육개혁방안을 확정할 때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연구학교 60곳, 선도학교 40곳을 정해 본격적으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연구에 나선다. 과목 수 증가에 따른 학교 부담을 완화하고자 학교마다 교원을 증원하기로 했다. 대구에서는 내년부터 일반계고 3곳, 특성화고 2곳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운영된다.

◆학교 안 '진로집중과정'소인수 선택과목'

대구에서는 수년 전부터 교육과정에 고교생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는 문'이과 외 다양한 진로과정 개설과 소인수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대구의 많은 학교에서는 단순히 문'이과 과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진로나 흥미를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교육과정과 트랙을 이수하도록 한 것이다. 즉 기존에는 학생의 적성을 문'이과로만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수학중점, 생명공학 등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이 생겼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급 수가 아주 적어 과정을 세분하기 어려운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일반계고 중에서는 3개 과정 이상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며 "서로 다른 진로집중과정 간에는 고등학교 3년 동안 3과목(6단위) 이상의 차이가 생긴다"고 했다.

더 나아가 학교 내 13명 이하의 학생이 수강하는 소인수 선택과목 개설에도 지역 100여 곳의 고교가 참여하고 있다. 최진아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소인수 선택과목으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과목은 국제경제, 국제정치, 국제법 같은 심화과목이 많다"며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과목은 성적 산출이 필요 없는 보건학, 교육학, 심리학 같은 교양과목에서 개설된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안착에 필요한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채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 및 온라인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것도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안착의 조건으로 본다. 소규모 학교나 교원 부족으로 강좌 개설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는 이 같은 방식으로 부족한 강의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학기 기간 중 대구에서 개설된 협력교육과정 강좌 수는 89개로 서울 53개, 인천 79개 등 수도권과 비교해도 다양한 과목을 자랑한다.

협력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다른 학교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2학기 때 효성여고에서 과학 수업을 들은 한 여학생은 "토요일마다 다른 학교로 가야 해 피곤하긴 했지만, 다른 학교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이 돼 더 열심히 공부했다"며 "우리 학교 수업 시간에 볼 수 없었던 실험기구들이 많아 신기했고 이해도 확실히 빨리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은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 운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전국 6개 시도 교육청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이 주축이 돼 교육연구정보원에 온라인 교육과정을 위한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으며, 내년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이 시작되면 대구 학생들은 다른 지역 교사가 개설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는 학교 현장

실제 대구의 많은 고교에서는 고교학점제의 모습을 갖춘 교육과정과 수업을 진행 중인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성고의 경우 단순히 문'이과가 아닌 인문, 사회, 생명공학, 자연과학, 미술 중점의 5개 진로집중과정을, 구암고에서는 인문, 사회, 이학, 공학 등 4개 진로집중과정을 운영 중이다.

고교학점제와 비슷한 모습은 '담임 선택제'를 실시하는 성광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 교사들은 학기 시작에 앞서 학교 홈페이지에 자신의 교육 신조, 학습 지도 계획 등을 공개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원하는 담임교사를 선택한다. 수강신청 전 강의 계획서를 따져보고 수업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 밖에 성광고는 2010년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면서 이미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이동식 수업과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기 시작 전 과목별로 마련된 연구실에서 부교재 개발과 수업 개선을 위한 연구에 매진한다.

전병석 대구시교육청 장학관은 "대구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시설 및 온라인 구축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전면 시행 전까지 교육부 차원에서 법적'행정적 지원과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개별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맞게 고교학점제를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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