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시민 불안해하지 않도록 '액상화 위험지도' 만들어야

정부 합동조사단이 1일 '포항 액상화 관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것은 확인됐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조사단이 고작 5곳을 분석해놓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하고 있으니 황당함의 극치다.

11'15 포항 지진 이후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신고된 것은 17건이다. 시민 신고에 따라 정부 조사단은 진앙에서 10㎞ 이내, 액상화 우려'신고 지역 등 10곳을 골라 시추조사를 벌였다. 이 중 5곳을 분석한 결과, 흥해읍 망천리 논 1곳만 액상화 지수가 '높음' 수준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4곳은 액상화 지수가 낮았다. 그리고, 10곳의 조사 대상 가운데 5곳은 '액상화 발생 가능 지반'으로 분석됐다.

정부 조사단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포항시민은 거의 없다. 포항은 모래가 퇴적돼 형성된 지반 위에 세워진 도시여서 해안가와 형산강 일대는 액상화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정부 조사단이 흥해읍 일대의 액상화 현상은 지진에 딸려오는 자연적 현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하니, 시민 정서와 일반 상식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정부가 액상화 현상을 안이하게 보고 있거나 학술적으로만 판단하려는 모습을 보여 걱정스럽다. 지진은 예측 불가능한 재해인 만큼 액상화 발생 가능성이 1%만 있더라도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가 몇몇 지역을 시추조사한 결과만 갖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성급하게 말하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액상화는 지하수와 지반 모래층이 뒤섞여 순간적으로 물처럼 변해 아파트'건물이 넘어지거나 기울어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내는 현상이다. 정부 조사단은 조사 대상 지역을 크게 늘리는 한편, 더 정밀하고 심층적으로 액상화 현상을 조사해야 한다. 지금 같은 형식적인 조사로는 시민 불안을 부추길 뿐이다. 한 걸음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일본처럼 지진 발생 지역에 '액상화 위험지도'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 '액상화 위험지도'는 눈곱만 한 가능성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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