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을 12.9% 증액하는 등 사회복지 분야 비중을 크게 확대하면서 대구 8개 구'군의 내년도 예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 예산 몫이 평균 60%대에 달할 정도로 높아져 가용재원이 급감, 각종 비(非)사회복지예산은 미편성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예산 경직에 신규사업 상당 부분 축소
3일 오후 대구 동구 율암동 율하천. 물이 흘러야 할 수로에는 시냇물에도 못 미치는 정도의 물만 졸졸 흐르고 있었고, 강둑에는 사람 키 높이의 잡초만 무성했다. 둑 일부는 정비가 완료돼 산책하는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일부 구간은 아직 정비되지 못한 채 각종 자재들과 파낸 흙으로 너저분했다.
동구청은 팔공산에서 발원, 혁신도시를 가로지르며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지류(支流)인 이곳 정비를 완료하려고 국비 지원을 요청해둔 상태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서 매칭비 13억원을 편성하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사회복지비 매칭이 우선순위로 배정된 탓에 관내 각종 정비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했다.
같은 날 대구 달서구 진천동. 월곡로에서 월서중학교를 거쳐 월배이마트 방면 진천로로 향하는 길이 도중에 뚝 끊어져 있었다. 계획대로 도로를 내려면 중간 부분의 월배 구시가지 내 상가'공동주택 등 밀집지역을 철거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보상비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끊긴 도로 옆 철망에는 '대구시는 도로를 빨리 개통하라'는 현수막이 월성동 주민 일동 명의로 걸려 있었다.
하지만 달서구청이 이곳 북편'서편 도로개설 보상비 명목으로 배정한 17억5천만원과 공사비 3억원은 내년도 예산안에 아예 반영되지 못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사회복지비 비중이 65.07%에 달하는 등 구청 예산이 급격히 경직되면서 필수반영 분야에만 예산을 편성하기에도 벅찼다"고 말했다.
공무원 인건비, 사회복지 구비 매칭 등 필수반영 분야조차 예산 편성을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달서구청의 경우 재원 부족으로 기초연금 매칭비를 아예 편성하지 못했다. 공무원 인건비 20억여원도 미편성 상태로 남겨뒀다.
◆대구, 내년 복지비 691억원 더 쓴다
대구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정부의 신규'추가 복지시책에 따라 올해 대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691억여원에 달한다. 시가 약 477억원, 각 구'군이 214억여원이다. 사회복지사업은 대부분 국비사업이지만 실제 투입되는 예산은 국비에 더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에 따라 일정 비율의 시'구비를 의무적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매칭 방식'이어서 대구시와 각 구'군도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사업인 아동수당 신설과 기초연금 인상이 주요 원인이다. 내년 4월부터는 기초연금이 20만6천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되면서 대구에서만 1천53억여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이 중 782억원은 국비로 지원받지만 매칭 비율(중구'동구'서구'남구는 시 12%, 구청 8%이고 북구'수성구'달서구'달성군은 시 18%, 구청 12%)에 따라 대구시가 163억원, 각 구'군이 총 108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또 7월부터는 5세 이하 아동에게 보호자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6개월간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으로 총 691억여원이 들어가는데, 이 가운데 매칭 비율(시 15%, 구청 7%'달성군은 시 16%, 군청 16%)에 따라 대구시가 98억원, 8개 구'군이 총 50억원을 부담한다. 이후에도 매년 200억원 이상의 부담을 시와 구'군이 나누어 져야 한다.
그 외에도 ▷치매안심센터운영(시 19억원, 구'군 8억원)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시 8억원, 구'군 8억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시 4억원, 구'군 5억원) ▷보육 교직원 처우개선 지원(시 13억원, 구'군 4억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시 7억원, 구'군 30억원) 등 중앙정부 복지시책에 내년 대구시와 각 구'군이 올해 대비 추가로 집행해야 하는 복지예산은 총 691억원에 달한다.
대구시와 일선 구청에서는 "정부의 복지사업으로 예산이 꽁꽁 묶여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자체 세입은 뻔한 상황에서 고정 사회복지비 지출은 매년 늘어나니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한 예산이 점점 줄어든다. 국가사업인 사회복지사업에 한해 기초지자체 매칭 비율을 더 낮게 조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 8개 구'군 사회복지비 비중 위험수위
실제로 대구시 8개 구'군의 전체예산 중 사회복지비 비중은 이미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각 구'군에 따르면 올해(2017년) 당초예산 기준 대구시 8개 구'군의 사회복지비 비중은 평균 59.85%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달서구가 63.75%로 가장 높았고 동구(62.33%)와 북구(61.99%)가 뒤를 이었다. 달성군(28.7%)과 중구(41.32%)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60% 내외의 사회복지비 비중을 기록했다. 대부분 자치구가 예산 절반 이상을 사회복지비로 쓴 셈이다.
여기에 내년도(2018년) 예산안에서는 사회복지비 비중이 더 오르며 각 구'군 살림살이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매일신문이 확보한 각 구'군청 내년도 당초예산안에 따르면 사회복지비 비중이 종전 가장 높았던 달서구는 1.3%포인트 올라 65.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머지 구'군도 적게는 1%에서 많게는 5%씩 치솟았다. ▷동구 64.6% ▷북구 62.19% ▷서구 61.29% ▷남구 59.95% ▷수성구 59.46% ▷중구 46.09% ▷달성군 31.93% 순이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나머지 예산도 대부분 인건비와 기준경비 등 법정경비이거나 계속사업에 들어가는 금액이어서 실질적으로 신규 사업 등에 활용 가능한 가용재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의 경우 최근 3년간 꾸준히 35%대를 유지해왔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37%로 2%나 뛰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사회복지사업 매칭 예산 비중이 빠르게 늘며 시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예산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내년도 신규사업 일부의 규모를 줄이거나 미루는 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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