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도 공휴일도 아니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뜻깊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입니다. 1985년 UN총회에서는 UN에 헌신해온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12월 5일을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매년 자원봉사자의 날에는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 봉사자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활동을 격려하는데,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각 기관 단체에서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전국 246개의 자원봉사센터에서 해당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한 해 동안 활동한 자원봉사자 가운데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 봉사자를 선발하는 표창 수여, 자원봉사활동과 관련한 우수 사례 발표, 장기자랑 등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자원봉사활동법 제정과 그에 따른 지원사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의 수는 날이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봉사를 시작했던 약 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인원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원봉사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간혹 마일리지 적립 등의 대외적인 필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기로 굳게 약속을 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NO SHOW) 연락이 두절되어 담당자들의 업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나도 많지만, 솔직히 가장 힘든 이웃을 돕는 일이 봉사자에게도 가장 힘이 듭니다. 도움이 적게 필요한 곳은 일이 쉬워서인지 늘 많은 지원자가 있지만 어려운 일은 항상 지원자가 부족합니다. 일례로 겨울에 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같은 경우, 긴 시간 동안 추위와 맞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인식 개선과 전파를 위해 사회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분명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저 또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그것을 경험하였는데, 일례로 1998년부터 정신지체장애우를 돌보는 대구의 일심재활원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저의 이름을 기억하고, 저를 기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들이 저에게 건넨 편지들을 받았을 때의 가슴 벅찬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임인환 아저씨, 몸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몸과 정신이 불편한 아이들이 연필을 꾹꾹 눌러써 가며 힘겹게 써내려 갔을 그 편지는, 제가 그동안 베풀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자원봉사의 과정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저의 봉사를 통해 기뻐하는 사람들, 감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행복감이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실천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자원봉사의 실천은 봉사자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 있기에 오직 여러분 자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는 봉사자와의 만남이 '선물 같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쁜 것입니다. 충분히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선물을 나눌 수 있다면, 당신도 오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지는 날, 바로 오늘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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