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대구도매시장) 이전'재건축추진위 상인들은 최대한 상대 측 주장의 타당성에 귀를 기울이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상인 대표가 참석하는 조정회의가 하루빨리 답을 찾자는 식으로 분위기가 모이면서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방향의 연내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5년 필요성 제기 이후 12년… '대구의 난제'
대구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은 1988년 대구 북구 매천동에 문을 연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집산 시장인 대구도매시장의 시설과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하는 내용이다.
대구도매시장은 물동량이 매년 증가함에도 부지 면적에 변화가 없고 시설마저 노후화해 인터넷 시대의 직거래 유통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안팎으로부터 받아왔다. 이로 인해 일부 상인들은 2005년을 전후해 시장 이전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대구시가 2007년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방안 계획수립'을 위한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책이 마련되는 듯했다. 그러나 2007년과 2013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친 연구용역을 시행할 때마다 이전 또는 재건축의 현대화 방향을 놓고 논란이 첨예하게 일어나면서 그때마다 갈등만 심화됐다.
2013년 경우 리모델링보다는 이전의 효율이 크다는 용역 결과에 따라 북구 검단동,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북구 팔달동 등 4개 지역을 이전 후보지로 제시했지만 결과 발표 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3만7천579㎡에 이르는 도매시장을 옮기자니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던 데다, 이전 후보지를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유치 찬성'반대에 목소리를 높였고, 시장 안팎에서 "기존 상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전 반대' 목소리마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지자체와 상인들이 지역'상권 발전에 힘쓴다는 긍정적 해석과 반대로 대구도매시장 현대화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 있다는 부정적 해석이 나오며 각종 논란만 낳았다.
이에 대구시는 2015년 재용역을 실시, 이듬해 각 이전지가 토지 매입 비용, 교통로 확보 등 크고 작은 단점을 안고 있어 '재건축도 고려할 만하다'는 연구 결과를 냈지만 또다시 논란만 가열됐다. 이전'재건축 양측 주장은 더욱 완고하게 대립했고, 대구도매시장 시설 현대화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는 듯했다.
◆두 쪽으로 나뉜 상인, 이전도 반대로 서로 '수용 불가'
두 쪽으로 나뉜 상인들은 추구하는 바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전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 온 대구도매시장 이전추진위원회(효성청과 김윤식 회장, 한국중도매인연합회 대구지회 박규홍 회장)는 현재 부지가 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 좁다는 점을 이전 당위성으로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 ▷현장에서 판매하는 농수산물을 소포장해 1인 가구를 위한 완제품으로 만들 시설'공간이 필요하고 ▷냉동'냉장 창고를 확충해 영업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더 넓은 경매공간과 영세 중도매인의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재건축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상업활동에 지장이 있다. 순환식 재건축도 상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상대 측의 재건축 주장을 거부해 왔다.
반면 재건축추진위원회(중앙청과 이용우 회장, 형제유통 정윤기 대표)는 ▷현재 부지를 떠나면 기존 구축한 상권이나 민간 물류창고를 다시금 구축해야 하고 ▷이전할 때는 너무 큰 혈세를 낭비할 수 있으며 ▷재건축 시 건물을 확장하고 인근 부지도 추가 매입해 상업공간 면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법인 외에도 중도매인 일부는 이번 현대화에 발맞춰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중도매인이란 농수산물 도매시장'공판장에 상장된 경매를 통해 소매상에 중개하는 상인이다. 또 시장도매인제는 도매시장법인 외에도 시장도매인으로 등록된 상인(주로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한 뒤 경매 과정 없이 시장에서 소매상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중도매인들은 시장도매인제가 상장경매제의 불투명성 등을 보완할 제도라는 입장이다.
◆작은 합의를 큰 합의로… "상인 전체 동의 희망"
이런 가운데 대구시와 상인들이 최근 '연내 합의'라는 전제에 뜻을 모으면서 올해 안에 사업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정회의에 임하는 상인 대표 간 대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유다.
한 상인은 "지금껏 상대방 주장을 무시하던 상인 대표들이 양측 주장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지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만 양측 대표들은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이후 자신들이 속한 상인 식구들을 설득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확고한 주장은 시장 내 각 법인'단체 상인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조정회의 참가 상인들은 회의 진행과 더불어 시장 상인들과도 더욱 활발히 소통하려는 분위기다.
한 상인 대표는 "대표자들끼리 뜻을 모은들, 전체 상인들이 합의안에 대해 완강히 반대할 수도 있어 사업이 무산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모두가 동의하기 어려울 줄 알지만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결론을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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