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美 전직 대통령 모여 자선행사
정치 이념 떠나 합심, 29억여원 모금
밝은 표정에 칭찬 나누고 봉사활동
수감·퇴임 후 수사받는 한국과 대조
미국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는 퇴임 후 외국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강연의 내용이 훌륭해서 또 다른 한 곳에서 수억원대의 강연료를 드릴 테니 강연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카터 전 대통령은 "모레 교회 주일학교에서 유치부 학생 5명과 한 약속 때문에 미안하지만 강연 요청을 수락하지 못하겠습니다"고 즉답했다고 한다. 유치부 어린이 5명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액의 강연료를 포기하는 카터 전 대통령. 이것이 바로 퇴임 후에도 미국 대통령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선기금 모금행사에 함께 참석한 5명의 전직 대통령(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H.W. 부시, 지미 카터)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영상으로 감사를 전하는 장면이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텍사스주 A&M대학(리드 아레나)에서 진행된 이 자선행사는 텍사스, 플로리다 등 카리브해 지역의 허리케인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였고, 5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자선 모금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생존해 있는 전직 미 대통령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일은 지난 2013년 텍사스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 개관 행사 이후 처음이며, 이번 자선음악회에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의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였다. 먼저 퇴임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카터센터를 설립해 국제평화 증진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여 2002년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36년 동안이나 해비타트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미국은 자원봉사의 나라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독려했다.
퇴임 후에도 50%의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비범한 일들을 하는 순간마다 가장 아름다운 미국의 혼을 보아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께 미국의 부름에 응답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없을 겁니다. 이웃이나 친구들 또는 곤경에 처한 낯선 이들을 볼 때, 미국은 그 부름에 응답합니다"라고 연설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이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은 정말 '비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연설에 합세한다. "미국 내 봉사활동의 역사는 헌법 수립 이전, 벤저민 프랭클린이 필라델피아에서 화재 봉사활동 부서를 조직했을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큰 재앙 앞에서 더욱 큰 미국인들의 그릇을 보여줍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버진 아일랜드나 푸에르토리코 등지에 있는 많은 이들은 재난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의 심장으로 함께 일하면, 재난으로 보였던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심장이자 그 본질은 인종과 종교와 정치적 견해를 넘어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보다 더욱 크고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이와 같은 퇴임 후 여러 사례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고 들으면서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전직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대통령 취임식을 제외하면 드문 일이다.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를 받고, 심지어 감옥에까지 가는 등 극단적인 광경을 보고도 무감각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끼리 모여 서로 밝은 표정으로 칭찬을 나누며 함께 사회봉사에 나서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지난 10월의 미국 전직 대통령 5명이 참석한 자선행사에서 모금된 성금이 29억여원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유익한 마케팅이 또 있을까 싶다.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서 국민들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벌인 이 자선 행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치인들도 퇴임, 퇴직 후엔 정당과 정파의 정치적 이념이나 파벌, 그리고 지역을 떠나 국가와 사회, 시민들을 위해 밝고 편안하게 모여 국내외적으로 국격을 높이는 모습이 앞으로는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정치적 소란이 특별히 시끄러웠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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