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요 예측도 않고 정치 야합으로 뽑는 공무원 9,475명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핵심 쟁점을 일괄 타결하면서 내년 공무원 증원 규모를 9천475명으로 확정했다. 그 과정을 보면 '국정을 과연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왜 9천475명을 더 뽑아야 하는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재정 여건에 비춰 이런 증원 규모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주장한 수치의 중간을 택했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원안(1만2천221명)에서 소폭 후퇴한 1만500명을 제시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9천 명 선으로 맞섰다. 이후 민주당은 1만 명 아래로 내려갈 테니 국민의당도 9천 명에서 소폭 올릴 것을 제안하면서 9천500명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9천500명을 반올림하면 1만 명에 가까워지니 야당이 손해를 본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내세우며 50명을 깎은 9천450명 안을 냈다.

결국 협상은 민주당의 9천500명과 국민의당 9천450명의 딱 중간인 9천475명 안을 제시한 김동연 부총리의 제안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수용하면서 타결됐다. 국민의당이 9천450명을 제시한 것이나, 김 부총리가 9천475명을 새로 뽑아야 할 정책적 근거도 없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중간을 조정안으로 제시한 것이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 모두 저질 코미디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합의의 배경에는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 협상에 앞서 민주당은 호남 고속철도(KTX) 무안 공항 경유사업이란 선물을 국민의당에 안겼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예산안과 직접 관계가 없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도 합의했다. 결국 예산안 협상 타결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치적 야합이었던 것이다.

공무원은 세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다. 세금만 소모할 뿐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무원은 복지나 치안, 소방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 말고는 가능한 적은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기초적인 상식을 거스른다. 더구나 공무원이 어느 분야에 얼마나 필요한지 기초적인 수요 조사도 없다. 이런 식의 공무원 증원은 미래세대에 그 부담을 떠넘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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