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난 세월 돈으로 보상되나…대구 병원 오진으로 10여년 누워 지내

과거 뇌성마비 판정 10여년 후 '세가와병' 진단…약물치료 1주일만에 일어서

대구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오진으로 10여년을 병상에 누워 지낸 20대 여성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의료 관련 전담 재판부인 대구지법 제11민사부(신안재 부장판사)는 대학병원 학교법인에 이 여성과 아버지에게 1억 원을 손해배상 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여성은 만 3세가 넘어서도 까치발로 걷는 등 장애가 있었고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성마비 중 강직성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2005년, 2008년 수차례에 걸쳐 입원 치료도 받았지만 2009년에는 경직성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고 2011년에는 상세불명의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여성의 아버지는 여성을 데리고 국내 유명한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위해 중국과 미국까지 건너갔지만 차도가 없었고, 뇌병변 장애 2급에서 1급 판정을 받는 상황까지 왔다.

그러나 5년 전 이같은 진단은 오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7월 17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의료진은 여성의 MRI 사진을 보고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세가와병)'이라고 진단했다.

세가와병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의 생성이 감소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1~10세 사이에 발병한다. 이는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약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의료진이 도파민을 1주일 투여한 결과, 이 여성은 스스로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다.

여성 측은 2015년 10월 해당 대학병원 학교법인을 상대로 후유장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의료진은 2001년 첫 진단을 내릴 당시 의료기술 등을 종합하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이끈 장영수 변호사는 "대학병원이 일부 과실을 인정한 데다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면서 "판결은 아니지만, 의사에게 진료 시 통상적으로 부과되는 주의의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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