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가의 미래를 당리당략에 희생시킨 내년도 예산안 통과

우여곡절 끝에 6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공당이 국가의 미래와 전체 국민의 복리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당리당략과 맞바꾼 야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야합의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예산안 쟁점 협의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보다 자당의 이익을 앞세웠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저지할 의지도 전략도 없이 들러리만 섰다.

민주당은 향후 30년에 걸쳐 국민경제에 큰 주름살을 지울 것이라는 경고에도, 개략적인 수요예측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무원 증원을 고집했다.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정부의 독단이란 비판에도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한 국고 지원도 밀어붙였다. 이에 국민의당은 '호남 예산'의 대거 확보와 선거구제 개편 약속을 대가로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는 국민의당이 그동안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긴 것이다. 국민의당은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도 반대해왔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은 그래야 할 합당한 근거도 없이 민주당 최종안과 산술적 중간치인 9천475명 증원으로 '야합'했고,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도 협의 과정에서 '1년 한시 운용'으로 후퇴했다가 최종적으로는 2019년에도 지원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쯤 되면 그동안의 '반대'는 실리 챙기기를 위한 위장 전술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밀실 거래는 지난해 4·13 총선으로 형성된 다당 체제의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양당 체제가 지겹도록 반복해온 정쟁을 지양하고, 양보와 타협으로 '협치'를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다당 체제에는 정치적 이득을 앞세운 정당 간 합종연횡이나 사안별 나눠 먹기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잠재돼 있다. 다당 체제의 성공은 이를 자제하려는 정당의 의지와 양식에 달렸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 그런 의지나 양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부담을 아랑곳하지 않는 민주당의 포퓰리즘과 자기 이익에 눈이 멀어 민주당의 '2중대'로 전락한 국민의당의 당리당략만 판을 쳤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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