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재 겹친 中企 내년 더 두렵다…최저임금·대출 금리 인상

금융비용 2300억 더 부담, '경기 악화' 예상 절반 넘어

대구 기계부품 제조업체 A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 업체는 거래처의 생산량 증가 요청에 지난 3년간 은행에서 총 4억원을 대출받아 생산 라인을 늘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 않아 투자비용을 채 회수하지 못했다. 이 회사 대표는 "대출을 중도에 전액 상환할 만큼 여유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이자 부담을 못 낮추면 월 수익이 3~4%가량 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식품업체 B사는 최저임금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내년 회사 운영 비용이 월 500만원가량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15명으로 제품 70%를 해외에 수출하는 이 업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서 수출 경쟁력마저 악화될 판이다. 이 회사 대표는 "중소업체는 대기업처럼 제품 가격을 막 올릴 수도 없다. 사드 파동도 겨우 견뎠는데 내년은 답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면

내년도 지역경기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이 울상이다.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은 요원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16.4%), 기준금리 인상(1.25→1.5%), 근로시간 단축(주 68→52시간), 환율 하락, 건설업 침체 등 각종 악재들이 내년 초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양호할 것이라는 서울 등 타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지역 경제 관련 기관'단체들은 최근 기업 경영전망에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달 1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구경북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연간 2천312억원(대구 1천460억원, 경북 852억원) 더 늘 것으로 추산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6일 지역 17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기업 경기전망'에서 54.8%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 악재는 업종'규모를 가리지 않을 판이다. 내년도 경영계획조차 세우기 힘들다는 토로가 쏟아진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C사는 최저임금'금리 인상에 완성차 업체의 가격 조정까지 맞닥뜨려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수년 전 완성차'1차 부품업체 요청으로 은행 대출까지 받아 대규모 설비투자를 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협력사 측에서 최저임금 인상, 해외시장 판매량 저조 등을 이유로 내년 납품 단가를 최대 5%가량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C사 대표는 "요구를 거절하면 거래처를 잃을지 몰라 단가 인하 비율을 겨우 3%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중견 기계설비 업체 D사 측은 "제조업체들이 내년에 설비투자를 줄줄이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출 하락이 우려된다. 후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면 타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경제동향분석팀장은 "환율 하락으로 기계'자동차 업종의 어려움이 예상되며 유가 인상으로 석유'화학 업종도 채산성 저하가 예상된다"면서 "특히 현대기아차가 내년에도 글로벌시장에서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도 타격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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