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한국당의 몽상(夢想)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와서인지 기자에게 지방선거 전망을 물어오는 보수 지지자들이 제법 있다. 답 대신 되물으니 '절망'만 가득하다. 그들의 채점표는 경상북도지사 한 자리를 빼고는 '△' 또는 'X' 표. 자유한국당의 '텃밭' 대구마저도 확신할 수 없단다. 위기단계로 치면 최고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당의 전망은 좀 다른 것 같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많은 소속 국회의원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내세우는 논리가 '국민균형감각론'이다.

홍준표 대표도 지난 11월 경기도당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굉장히 현명하고 균형 감각이 있다. 절대 힘을 한 곳에 몰아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의 '광란의 칼춤'이 연말이 되면 끝이 날 것이고, 따라서 한국당은 다시 일어서 승리할 것이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경남·경북지사 자리 등 6곳 사수를 공언했고, 실패 시엔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복안'이 있겠으나 기자에게는 "도와줍쇼"하며 동정론에 기대겠다는 말로만 들린다. 대선 패배 이후 지난 6개월, 희망을 품기에는 너무나 보여준 게 없어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 재건을 외치고는 있으나 일사불란하지 못하고, 당 대표는 사당화 논란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원내대표 감투를 두고서는 또 세력 다툼이다.

제1야당으로서 체면 구기기도 다반사.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단행했던 국정감사 보이콧은 소득 없이 '백기투항'하면서 되돌렸고, 엊그제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헛발질을 했다. 116석으로 덩치는 키웠으나, 여당이 39석 국민의당을 협조 파트너로 삼으면서 한국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됐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두 당의 언론플레이에 내가 순진했다"고 자인했으니 전략실패다.

역대 지방선거 결과 역시 낙관론을 경고한다.

집권 초기에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당은 늘 선전했다. 정권이 교체되고서 4개월 뒤 치러진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는 집권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DJP연대 세력이었던 자민련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10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3석, 기초단체장 80석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역시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집권당은 선전했다.

안팎의 사정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꿈이라면 빨리 깨야 하고, 꽃을 보고 싶다면 씨를 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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