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의 새 역사 쓴 보존 식품 '통조림'…『통조림의 탄생』

통조림의 탄생/게리 앨런 지음/문수민 옮김/ 재승출판 펴냄

맥주, 치즈, 포도주, 햄, 김치, 된장, 잼, 통조림 과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보존 식품이다. 계절에 따라 풍요와 빈곤을 번갈아 겪었던 인류는 제철에 생산되는 한정된 식재료를 좀 더 오래 먹기 위해, 겨울철 부족한 식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보존 식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대의 냉장, 냉동, 저온 살균, 방사선 처리, 화학적 방부 처리 등의 방법이 개발되기 전, 그러니까 생화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선조들은 음식을 오래 보존할 뿐만 아니라 풍미를 더해주는 나름의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책은 전 세계의 '변형되거나 변형한 음식들'과 그런 음식들을 탄생시킨 보존법과 보존 식품의 역사를 훑는다. 기후, 지역, 재료에 따라 음식이 어떻게 발전(변화)되어 왔는지, 보존 식품에 어떤 가치와 의미가 숨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오래 먹기 위해 보존했는데, 다양한 맛 얻어

인류는 제철이 아닌 때에도 해당 음식을 먹겠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음식 보존법을 찾아 나섰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새롭게 탄생한 보존 식품은 전 세계 사람들의 식생활을 바꾸기도 하고, 통일시키기도 했으며, 조리법을 다양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같은 재료를 갖고도 얼마든지 다른 맛, 다른 영양 상태의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첨단 식품보존법은 원재료의 영양을 보존하고, 신선도를 유지해 본래의 풍미와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옛사람들은 화학이나 물리,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갖가지 기대에 걸맞은 성공과 기대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통해 식품을 오래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맛이 깃든 음식을 창조했다. 식품 고유의 영양을 지키면서 새로운 풍미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현대의 첨단 기술이 먼저 나왔더라면, 그처럼 다양한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포도를 묵혀 만든 와인, 찻잎을 말려 오래 보관하던 중에 '반쯤 썩는 바람'에 탄생한 보이차, 우유를 발효해 만든 치즈는 현대의 첨단 보존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탄생한 것들이다.

◆상금을 노린 요리사의 발명으로 통조림 탄생

현대적인 식품보존기술은 1795년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총재정부(總裁政府'1795년 10월 26일~1799년 11월 9일까지 존속한 정부)가 전투식량 조달을 위해 새로운 식품보존법 개발에 1만2천프랑의 상금을 내걸자, 프랑스 요리사 니콜라 프랑수아 아페르가 도전했다. 그는 새로운 식품보존법을 개발하려면 2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깨달았다. 음식 안의 모든 생물을 사멸하고, 새로운 미생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페르는 14년 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가열, 밀봉을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그가 고안한 방식은 고압증기멸균기를 이용해 식재를 멸균하는 것이었다. 멸균을 위해 그는 음식을 넣은 유리병 마개를 헐겁게 봉하고 고압증기멸균기의 물에 병을 담그고 가열했다. 음식은 끓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로 가열되면서 멸균되었고(멸균 완료), 음식물 병 속에 든 증기와 공기는 헐거운 마개를 통해 빠져나갔다.

음식물이 든 병이 고압증기멸균기의 뜨거운 물 가운데 있었으므로 다른 미생물은 병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처리가 끝나면 병마개를 단단히 박고 주둥이를 철사로 묶은 뒤 밀랍으로 봉했다. 아페르는 이 과정에서 소금의 일반 포화용액은 끓는점이 108℃이지만, 특정 염화칼슘을 넣으면 끓는점이 170℃까지 올라가 멸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맥주 집에서 짭짤한 땅콩을 공짜로 주는 까닭

보존 음식은 인류의 식문화 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식사 시간에만 먹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일하면서도,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도 무엇인가를 먹는 문화가 발생한 것이다. 말린 다음 채썰어 짭짤하게 간한 오징어는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사랑받는 간식이다. 홍콩, 필리핀, 일본, 하와이 사람들은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말린 오징어를 주전부리 삼아 씹어 먹는다. 쫄깃하고 짭짤한 오징어채를 술안주로 먹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보존 음식은 음식물 영업과 수익 확대에도 기여한다. 한국을 비롯한 서구의 술집에서는 흔히 공짜 땅콩을 내놓는다. 갈증을 유발해 맥주를 더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다. 스페인의 타파스(tapas)나 프랑스의 올리브도 마찬가지다. 영화관에서는 소금을 듬뿍 뿌린 팝콘을 이용해 이익이 많이 남는 탄산음료를 좀 더 사 마시도록 유도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보존 식품의 위험, 제2장 과거의 보존법, 제3장 현대의 보존법, 제4장 주요 보존 식품, 제5장 음식보존법이 지역색을 띠는 까닭, 제6장 지리적 여건과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식재료와 양념, 기타 재료 등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과거의 보존법'에는 ▷건조법 ▷염장법 ▷훈연법 ▷공기차단법 ▷염지법과 발효법 ▷초절임법 ▷당절임 ▷산지방 등이 있고, '현대의 보존법'에는 ▷통조림법 ▷19세기의 기술적 혁신 ▷농축법 ▷저온살균법 ▷냉동법 ▷화학적 방부제의 이용 ▷방사선처리법 ▷고압처리법 ▷허들기술 등이 있다. 302쪽, 1만6천원.

▷지은이 게리 앨런은…

게리 앨런(Gary Allen)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엠파이어 스테이트 칼리지 부교수로 음식의 역사 및 문화를 가르친다. 더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CIA)에서 만든 '리마커블 서비스'(Remarkable Service)를 공동 편집했으며, 음식과 관련된 글을 잡지에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전 세계 허브의 역사'(Herbs: A Global History)와 '전 세계 소시지의 역사'(Sausage: A Global History) 등이 있다.

▷옮긴이 문수민은…

문수민은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으며,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시작하기' '리스크 판단력'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독한 충고' '마우이 섬으로 가는 길' '1분 협상수업' '초콜릿 초콜릿' '워런 버핏의 위대한 유산' '이사의 채식 백과' '에브리데이 슈퍼 푸드' '제이미 올리버의 15분 요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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