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에서 김장은 겨울나기를 위한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김장하려고 하니 갑자기 추워지네요. 하지만 김장은 추울 때 담가야 맛있다고 하잖아요. 올해는 배추 작황도 좋아 김치가 어느 때보다 맛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추워진 지난 7일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을 비롯해 스님과 종무소 직원,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이 김장할 배추를 다듬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듬은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 하나 팔짱 끼고 노는 사람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총무국장 정연 스님은 "동화사 김장은 3일 동안 하는데 첫째 날은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둘째 날은 절인 배추를 씻는 작업, 그리고 마지막 날은 수분을 뺀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일을 합니다. 하루 100여 명, 사흘 동안 300여 명이 동원될 정도로 큰 행사"라고 말했다.
동화사 김장은 스님을 비롯해 불자, 등산객에게까지 제공되다 보니 재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무려 배추 2천500포기. 정연 스님은 "올 배추는 작황이 좋아서 그런지 씹으면 단맛이 날 정도로 좋다. 다만 양념값이 예년에 비해 많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기부자들이 있어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절간 김치는 많은 양념을 쓰지 않아 담백하고 정갈한 것이 특징. 표고버섯과 무, 배, 다시마, 호박 삶은 물 등을 넣고 끓인 맛국물에 찹쌀과 간 콩, 집간장, 청각, 갓, 고춧가루, 감홍시 등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소금은 간수를 뺀 3년 이상 된 것을 사용한다. 과일은 단맛, 청각은 시원한 맛, 집간장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 호박 삶은 물은 김치가 익으면서 깊은맛을 낸단다. 정연 스님은 "굴이나 젓갈 등 해산물은 물론 화학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특히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五辛菜) 역시 금하는 재료다. 그래도 맛깔스럽다. 그것은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종길 종무실장은 "김장 울력은 사흘에 걸쳐 하기 때문에 하고 나면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지만 주지 스님이 앞장서 하기 때문에 게으름을 못 피운다"면서도 "1년 먹을 반찬을 마련했다는 뿌듯함에 피곤도 가신다"며 활짝 웃었다.
정연 스님은 "절에서 김장 담그는 일은 주지 스님부터 행자 스님, 신자, 종무소 직원 등이 함께하는 울력으로, 노동을 통해 우의를 다지는 등 소통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9일 담근 김장은 복지시설과 소외 이웃들에게도 전달된다.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