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결단코 용인해선 안 될 중국의 '쌍중단'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북핵 해법은 같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7일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서 입장이 똑같다. '쌍중단'(雙中斷)에서 입장이 같고, '쌍궤병행'(雙軌竝行)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은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해법으로, 각각 '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말한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두 번 만나서도 많이 대화가 됐고, 그 방법이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겠느냐 이런 데까지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왔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 정부의 북핵 해법이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한다. 쌍중단에 대한 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합법적이고 방어적인 것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여서 교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이 의원) 본인 의견이고 판단일 뿐"이라며 "(쌍중단'쌍궤병행은) 논의된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발언이 한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 쌍중단이 논의됐고,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원의 발언은 문 정부의 북핵 해법의 전환에 대한 여론 떠보기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쌍중단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라는 중국의 장기 전략 일환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선제 조치가 아니라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사이에는 어떤 등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 입장에 비춰 쌍중단을 문 정부가 수용할 경우 한미동맹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쌍중단이 우리가 원하는 북핵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북핵의 완전 폐기다. 쌍중단에는 이것이 없다. 단지 북한 핵 도발의 중단뿐이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로, 사실상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의도에 절대로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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