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트코인 광풍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화폐가 등장한다. 물리적 형태도 없고 어떤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과 보증 없이 작동하는 신개념의 '암호화폐'(가상화폐)였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컴퓨터 프로그래머 또는 집단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비트코인을 알려면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는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에서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분산화된 디지털 거래 장부' 방식을 쓴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전자지갑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뱅킹하듯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특성은 누구도 발행 권한을 독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는 일반 화폐와 극명히 다른 특성이다. 암호화된 특정의 문제를 컴퓨터로 풀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채굴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천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채굴자가 많아질수록 채굴 속도가 느려진다. 현재 75%의 비트코인이 채굴됐고 남은 양은 25%에 불과하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현재 1천여 종이 발행돼 있다. 그러면 "암호화폐는 화폐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온라인에서 결제 수단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하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는지 예단키 어렵다. 암호화폐가 지닌 블록체인 개념이 미래의 금융'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암호화폐로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암호화폐를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것인데 투자라기보다 투기처럼 비친다. 너도나도 암호화폐 거래에 뛰어들면서, 2년 전 40만원 하던 1비트코인 값이 이달 8일 2천만원을 넘어섰다. 실물가치가 전혀 없으며 공인도 받지 못한 암호화폐가 폭등하는 것을 보니 우려가 앞선다. 폭탄 돌리기 게임이 연상되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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