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습부진은 단순히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는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다. 심지어 학습부진 학생을 '게으르고 머리가 나쁜 학생'으로 '낙인'을 찍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학습부진을 가정환경, 우울, 낮은 자존감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진단'상담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지도와 함께 학습부진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서'심리치료 등을 함께 지원한다.
지난 5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초학력 향상 지원사업 성과 보고회'에 참여한 대구 초'중학교 기초학력 업무 담당교사들은 강연을 들으며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고민을 나누었다. 보고회는 특강에 이어 두드림학교를 운영하는 우수 학교들의 성과 발표로 진행됐다.
◆ '지능-학업' '자존감-학업' 상관관계 비슷
이날 행사에서는 이윤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가 '학습 동기 증진과 상호작용 촉진 수업을 통한 학습부진 학생의 지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교수는 학습부진에는 수많은 요인이 관여하기 때문에, 요인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학습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학습부진이 복합적 요인인 경우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심리치료, 상담을 통한 복합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습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시험불안 스트레스 극복 ▷공부 방법 습득 ▷성취동기와 자기효능감 갖기 등을 강조했다.
먼저 시험불안이 심각한 학생이라면 '평가'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위클래스나 위센터 등을 통한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부 방법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이라면 낮은 단계부터 조금씩, 매일 끌어올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노트 필기를 하나도 안 하는 학생이라면 '수업마다 한 줄씩 필기하기' '선생님 말 중 중요한 것 3개 책에서 표시하기' 등 쉬운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학습부진을 겪는 학생들을 상담한 결과 이 연습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취동기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수학을 예로 들며, '수포자'(수학포기자)는 결코 한 과목에 미치는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학 과목에서 계속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끼면, 점차 다른 과목의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수학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풀리는 기쁨을 느껴 연쇄적으로 다른 과목의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연구결과 '지능-학업' 간 상관관계와 '자존감-학업' 간 상관관계가 비슷하므로, 학력 지도와 함께 자존감 향상을 위한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매사에 주눅이 든 초'중'고 시절을 보내게 되기 때문에 자존감 회복이 중요하다"며 "학업은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본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력'정서 동시에 지원하는 '두드림학교'
대구에서는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두드림(do-dream)학교, 기초튼튼 행복학교 운영 등 다양한 기초학력 향상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보고회에서는 대구에서 운영 중인 두드림학교 중 대구초등학교와 죽전중학교의 우수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대구초는 지난 1년간 진단평가 표준화 검사, 담임교사'위클래스 상담을 통해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정했다. 또 이 학생들의 가정환경과 부진 영역 등 부진 요인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학교는 정서, 행동문제, 학교생활, 가정생활 등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학생이 많은 것으로 봤고, 이들에게 3가지 방면(학습, 정서, 진로)으로의 지원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대구초는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위한 '실력점프교실'을 운영했다. 여기에는 '학습부진 학생'이라는 낙인효과를 방지하고자 부진 학생뿐만 아니라 희망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장경선 대구초 교사는 "학교 자체의 여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구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2년째 두드림학교를 운영 중인 죽전중의 성과발표에서는 학력 향상과 심리 지원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죽전중은 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는 학력 향상, 2학기는 심리'정서 지원에 집중했다. 심리'정서 지원에는 사제동행, 진로탐색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다.
이은숙 죽전중 교사는 "지필고사 성적 향상은 물론 학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눈에 띌 만큼 좋아졌다"며 "학교에서 전혀 말을 하지 않던 학생도 성격이 활발해졌고 선생님, 선후배 간 친밀감 역시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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