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고향세는 이럴 때

고향이 사라진다는 보도가 있다. 30년 후 전국의 읍'면'동 3천502개의 40%가 없어질 전망이란다. 산업화로 인해 너도나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지금은 저출산 현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도시로 이사 온 50, 60대 이상의 거주자는 누구나 실감한다. 그렇게 많았던 고향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성장해 대부분 도시로 나갔고 지금은 3, 4개의 초등학교가 하나로 통합되어 전교생은 고작 30~40명 내외인 실정이다.

고향의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또는 조상이 태어나 자란 곳을 말하며 더 나아가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식들이 모두 떠난 우리 고향에는 노동력은 물론 생활 체력도 부족한 부모님만 계신다. 가사경제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고향에 온기를 불어넣어 사람이 살게 하자는 것이 고향세의 출발점이다. 전국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 243곳의 64%인 155곳의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이다. 지자체의 재정은 열악하다. 재해나 재난이 생기면 더 힘들다. 이럴 때는 고향세가 더욱 그리워진다.

얼마 전 국제교류 차원으로 일본 쥬코쿠세리사회를 방문하여 고향세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국회의원들이 재정분권을 위한다면서 서둘러 여러 건의 고향세 입법을 발의하였다. 최근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고향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고향세에 대해 깊이 있는 내부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고향세제도 역시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탄생하였다. 많은 국민이 고향인 지방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장하여 대도시에서 취업하여 거주지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도시의 세수는 증가하지만 고향 자치단체는 세수입이 없다. 자기를 길러준 고향에 자신의 의사로 얼마의 세금으로나마 보답하자는 취지로 2008년 아베 정권이 고향세를 도입하였다.

일본의 고향세(후루사토 세금)는 납세자가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향세 납세의식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다. 지방이 살아야 중앙이 살고, 지방이 피폐하면 대도시의 번영도 없다며 고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향세를 받고자 하는 지자체도 납세자에게 사용처나 성과 등을 매력 있게 어필함으로써 지방자치의식을 높이고 있다. 이 제도는 종전의 개인주민세와 기부금제도의 내용을 변경하여 납세자가 고향에 기부한 개인주민세의 일부에 대해 세금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2천엔이 넘는 고향세에 대해 소득세는 물론 주민세에 대해서도 소득의 40% 또는 20% 한도로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 제도 시행 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을 때는 647억엔으로 직전 해보다 거의 10배의 폭발적인 고향납세가 증가하였으며, 구마모토 대지진 역시 2천844억엔으로 직전 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납세자는 고향에 세금을 기부하고 세금혜택은 거주지에서 받는다. 거주지 지자체의 주민세 세수는 중첩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거주지 도시의 공공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 고향세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과도한 답례품 경쟁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답례품의 환원 비율을 30% 이내로 하라는 총무대신의 통첩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답례품은 본래의 기부문화를 해치고 있다. 나아가 세금혜택뿐만 아니라 답례품까지 과도한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인식도 큰 문제다. 일본의 고향세는 특정의 세목이 아니라 거주지에 낼 지방세 소득세를 고향 등에 이전시키고 답례와 세금혜택을 받는 제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여 우리의 실정에 맞는 순수하고 합리적인 고향세로 지진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포항 등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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