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이 구의회 반대로 2년 가까이 표류 중인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이하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대구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김광석길 등에서 부동산값 및 임대료 급등으로 원주민과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조례 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4월 중구청이 구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을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구역의 건물주가 일정 기간 임대료를 동결할 경우 구청이 임대료 일부 보전 및 지방세 감면 혜택을 주고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주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건물주의 재산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되 인센티브 부여 방식으로 임대료 상승 억제를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중구의회는 재건축'재개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바라는 지역구 일부 주민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입장은 알겠지만, 구의회가 조례 제정을 막는 것은 단견이자 작은 것 생각하다 큰 것을 잃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김광석길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최근 있은 연구용역 보고회에서도 공식 확인된 바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김광석길은 지난 5년 사이 공시지가가 24% 오르고 평균 임대료도 3배 올랐다. 또한 창업이 폐업보다 3.15배 많고 평균 영업기간도 6.6년으로 변동주기가 매우 짧았는데, 5단계로 구분해 볼 때 김광석길은 현재 2단계 정도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발적 참여와 봉사로 김광석길을 만들었던 예술가들이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떠나버린 것만 봐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구청은 이르면 내년 2월쯤 중구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제정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한다. 중구청은 더 적극적으로 구의회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하고 구의회도 조례 제정에 협조해야 한다. 지금은 김광석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쳐 젠트리피케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나면 김광석길은 카페나 음식점만 가득한 그저 그런 거리로 전락해 외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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