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어 교육기업이 생활 주변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모아 발표한 적이 있다. 가령 정규직을 꿈꾸고 인턴으로 일했지만 채용 전환에 실패했을 때 '티슈인턴'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티슈처럼 한 번 쓰고 버려졌다'는 뜻이다. 분가했다가 주택난과 육아 때문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를 '리터루족'이라고 한다. 리턴(Return)과 캥거루를 합성한 말이다.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 현재를 즐겨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욜로'(YOLO)나 투데이(Today)족은 요즘 20, 30대 젊은 세대의 의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는 용어다. '첵카족'에도 신세대의 생활 패턴이 잘 드러나는데 무계획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체크카드만 쓰는 이들을 부르는 용어다. 20대가 주로 쓰는 지급수단을 보니 체크카드가 40.8%로 32.7%인 신용카드를 앞섰다는 한국은행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할빠' '할마'는 맞벌이 자식을 대신해 육아'교육을 도맡는 능력 있는 조부모를 지칭하는 용어다. 영어로는 '피딩족'(FEED+ing)이다. 금전적인 여유(Financial)에다 삶을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자식에 헌신하는(Devoted) 노년층이라는 뜻이다. 입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런 신조어들이 시대 상황과 트렌드에 민감한, 최적화의 산물임을 실감하게 된다.
'워라밸'도 마찬가지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뜻인데 영어 머리 발음을 조합한 용어다. 그저께 신세계그룹이 새해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선언하면서 부각된 말이다. 소위 워라밸 실험은 국내 대기업 중 신세계가 처음이다. 현행 주 40시간에서 35시간 근무제로 바꿔도 임금은 그대로다. 전체 임직원 5만8천 명 중 5만 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현재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라도 최장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일 방침이다. 문제는 기업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만성 인력 부족을 겪는 중소 제조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사람이 더 필요하니 인건비 걱정도 커진다. 워라밸이 말 그대로 '신세계의 이야기'로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연간 2천113시간 노동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적게 일하고 소득은 더 높은 나라는 아니더라도 OECD 평균인 1천706시간을 향해 걸음을 떼야 한다. 그게 시대 상황이고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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