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차 산업혁명' 맞는 대구경북] 컴퓨터가 주문-제조-배송 척척 '스마트팩토리' 시대 성큼

기계 간 인공 지능으로 연결, 공정별 '사람의 조작' 최소화

지금은 2020년. 대구 A공작기계 제조사는 지난 2018년 자사 전 공정의 생산 설비를 스마트화했다. 이 회사 모든 생산 설비와 냉난방기, 전기'수도 계량기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중앙 컴퓨터와 연계돼 있다.

각 설비는 제품별 제조 시간, 현장 기온과 습도에 따른 생산 속도와 불량률, 계절'시간대별 전기 소모량 등 데이터를 매 순간 수집한다.

A사 자재관리부서는 공급처별 납품 기간과 단가, 원재료 시세 등 정보를 매일 자동 수집해 관리한다. 제조부서는 각 관리직원이 어떤 공정에 능숙한지 살핀다. 영업부서 직원에게는 외부에서도 원격으로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PC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사원이 어떤 제품의 신규 납품처를 발굴하는 데 능한지를 조사한다. 지역'업종에 따른 제품 수요량, 물류사별 배송 시간, 제품별 고객 만족도 등도 자동으로 기록한다.

수집한 정보들은 모두 온라인 클라우드 시스템에 자동 업로드해 빅데이터를 형성한다. 또 전용 인공지능(AI) 분석 프로그램이 빅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리포트를 살핀다.

그 결과 A사는 주력 제품들에 대해 각각 최적의 생산'물류 환경을 구축했다. 온'습도가 높을 때는 자동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며,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달에는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심야에 생산량을 늘렸다. 완성품은 포장부터 배송 준비까지 무인으로 마친다.

또 각 사원의 업무 능력을 고려해 부서'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정했다.

A사 대표는 퇴근 후에도 생산 오류나 긴급 주문이 발생했을 때 스마트폰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즉각 대응한다. A사 ㅎ대표는 "과거 관습이나 직관으로 행하던 의사 처리를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도와주니 일손도 업무 부담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인류를 대신할 가상의 판단자' 마중

대구경북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차례의 산업혁명들은 저마다 증기기관(1차 산업혁명'기계화), 전기(2차 산업혁명'대량생산), 컴퓨터(3차 산업혁명'정보화) 등 변화를 이끌어낸 촉매가 먼저 등장하고 이로 인해 급성장이 일어난 뒤 각각에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와 달리 다가올 산업혁명은 아직 그 실체가 모호하다. 현상이 발생하기도 전에 인간이 먼저 등장을 예측하고 태명부터 붙인 셈이어서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자면 다수의 사람이 처리하던 의사 결정을, 다양한 연결고리를 이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가상의 판단자인 '초(超)지능'이 대신해 주는 시대라 할 수 있다.

학계'경제계는 기존 산업에 빅데이터, 클라우딩 시스템, 사물인터넷 등 네트워킹 기술을 접목하고 컴퓨팅, 물리학, 생명과학, 로봇기술, 인공지능을 융합한 '가상 물리 시스템'을 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기에는 인류가 앞서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기술 진보가 일어나고, 지능화가 급속히 진전될 전망이다. 또 초연결'융합화에 따라 기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질 전망이다.

그 대표 사례가 기계 간 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다. 앞으로 제조업은 사람이 매 순간 조작하지 않더라도 컴퓨터가 주문을 받아 기계가 자동 제조하는 형태로 변모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가 자사 신발 라인업의 각 제품 디자인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주문은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라는 공장에서 각 설비로 자동 전달되고, 설비들은 다른 설비와 통신하며 스스로 주문에 맞는 부속품들을 생산, 조립한다. 대량생산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수십억 소비자의 개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장서는 대구경북, 기업'시민과 발맞춰야

정부와 대구시'경상북도는 이런 기조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내놨다. 인공지능과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등 ICT 인프라를 통해 컴퓨터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추론 능력을 갖추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차와 경량소재, 인공지능, 스마트시티(물'에너지'교통 등을 분석, 관리해 효율적으로 쓰는 도시), 정밀의료, 바이오신약 등 과제를 민간 주도'협업(산업 성장 동력) 또는 정부 주도(삶의 질 향상) 분야로 나눠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3월 '미래산업육성추진단'을 발족하고 기술'산업 간 융합된 미래 전략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이업종'기술 간 수평적 융합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는 목표다. 시는 8대 산업(물, 의료, 미래차, 에너지, ICT 융합, 기계로봇, 소재, 문화산업)의 미래 전략과제를 발굴해 구체화하고, 대통령 공약과 연계한 국정 반영 및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1월 '4차 산업혁명 대응 TF'를 발족해 같은 해 5월 지역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을 국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식 발표했다. 경북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구축, 스마트 공정을 연계한 탄소복합재부품 상용화 등 5개 과제에 대해 중소'중견기업과 아이디어'혁신성이 뛰어난 스타트업 간 협력 모델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에 경북도는 9대 선도 전략과제(스마트 제조'첨단 신소재'스마트 모빌리티'지능형 로봇'바이오헬스'차세대 에너지'지능정보기술'인재혁신'기업혁신)를 수행한다.

지역 기업인 포스코, 대구텍, 삼익THK, 진호염직 등도 각각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며 에너지 관리와 기기 간 통신, 생산성 확보에 힘쓰는 중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까지 마련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지방정부와 민간,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힘을 합치면 머지않아 각종 지역 신산업 체계를 확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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