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평창올림픽 성화는 이미 국내로 들어와 전국 각지를 돌고 있다. 이번 대회는 2월 9일 개막, 25일까지 치러진다.
한국의 목표는 종합 4위 도약이다. 역대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건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다. 당시 금메달과 은메달 각 6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며 종합 순위 5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최대 8개의 금메달을 노린다. 특히 이승훈 등이 버틴 스피드스케이팅, 윤성빈이 뛰는 스켈레톤, 쇼트트랙 등에서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한다.
①매스스타트 황제 등극 '성큼'
이승훈(30)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태어났다. 그는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승훈은 한국 남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5,000m와 10,000m, 팀 추월 등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특히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종목은 매스스타트다.
이승훈은 험한 파도를 넘어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른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빙상계에 입문한 뒤 중학교 시절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한국은 손꼽히는 쇼트트랙 강국.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했다.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 이승훈은 2009년 4월 밴쿠버 대회 선발전에서마저 고배를 마시자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이승훈의 강점은 체력과 끈기, 정신력.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그 점은 더욱 빛을 발했다. 밴쿠버 대회에 출전해 10,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선 한국 역사상 4번째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현재 이승훈의 주종목은 2014-2015시즌 도입된 신생 종목 매스스타트. 스피드스케이팅 트랙에서 쇼트트랙처럼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출전 선수들은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야 한다. 쇼트트랙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자리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진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이승훈은 새 종목에 빠르게 적응했다.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은 현재 세계랭킹 1위다. 지난해 열린 네 차례 월드컵에서 두 번 금메달을 거머쥐며 최정상임을 증명했다. 평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 다만 매스스타트는 변수가 많다. 경기 운영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전략을 수정, 대처하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동료의 도움이 필수적인 종목은 팀 추월. 3명의 선수가 번갈아 선두로 나서야 하는 만큼 어느 한 선수의 기량이 크게 처지면 레이스를 운영하기 힘들다. 김민석(19'평촌고)과 팀 막내 정재원(17'동북고)이 제 몫을 해줘야 이승훈도 팀 추월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두쿠르스와 메달 색깔 경쟁
윤성빈(24)은 영화 아이언맨의 열혈 팬이다. 그의 헬멧에는 아이언맨 슈트의 얼굴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강철 소재로 된 썰매에 엎드려 구불구불한 트랙을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평균 시속이 100㎞를 넘는데, 눈앞에 지면이 있다 보니 체감 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윤성빈은 기량이 일취월장, '스켈레톤 황제'라 불리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위협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두쿠르스는 2009-2010시즌부터 8시즌 연속 최종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켈레톤의 절대 강자. 하지만 최근엔 '젊은 피' 윤성빈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윤성빈은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더니 2~4차 대회에선 연거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랭킹도 1위에 뛰어올랐다. 스켈레톤에서 노란 조끼는 세계랭킹 1위 선수만 입을 수 있다. 요즘 노란 조끼의 주인은 두쿠르스가 아니라 윤성빈이다.
스켈레톤은 루지, 봅슬레이와 함께 썰매 종목에 속한다. 썰매에 엎드려 타는 경기가 스켈레톤, 누워서 타는 게 루지라고 생각하면 쉽다. 차와 비슷하게 생긴 썰매를 타는 것은 봅슬레이다. 스켈레톤은 1/100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그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스타트 때 가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출발 때 얼마나 빠르게 가속도를 붙이느냐에 따라 최고 속도에서 차이가 커진다.
'홈 트랙'을 쓴다는 건 스켈레톤에서 상당히 유리한 부분. 해당 트랙에 얼마나 잘 적응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눈 감고도' 트랙을 내려올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는 만큼 수없이 한 곳에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는 개최국 선수가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두쿠르스도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개최국 선수들에게 밀려 2개 대회 연속 2위에 그쳤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윤성빈은 어느 곳에서 경기가 열려도 두쿠르스를 넘어설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윤성빈이 우상을 넘어 평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윤성빈이 '두쿠르스의 강점기'를 끝낸 영웅이 된다.
◇'세계 최강' 명예회복 노려
쇼트트랙은 한국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한국이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26개 가운데 쇼트트랙에서 나온 게 21개나 된다. 은메달도 상황은 마찬가지. 총 17개 가운데 12개나 쇼트트랙 선수들이 수확했다. '한국=쇼트트랙'이라고 불릴 만한 성적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계 대상 1호가 한국이다.
평창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8개 중 절반 이상을 가져온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 대표팀 엔트리도 일찌감치 확정했다. 여자 대표팀은 심석희와 최민정, 김아랑, 이유빈, 김예진으로 꾸려졌다. 남자 대표팀은 4년 전 소치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이번엔 곽윤기,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김도겸이 명예 회복에 나선다.
심석희(21)와 최민정(20)은 '세계 최강 듀오'다. 심석희는 뛰어난 신체조건(키 175㎝)을 바탕으로 시원한 플레이를 펼친다. 소치 대회 때 막내였으나 평창에선 동료이자 라이벌인 최민정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최민정은 500m'1,000m'1,500m 부문 세계랭킹 1위다. 폭발적인 순발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여자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선수들의 반칙성 플레이. 그동안 중국 선수들의 지저분한 반칙 탓에 눈물을 흘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최민정과 심석희는 여러 번 피해자가 됐다. 지난해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 500m 결승에서도 중국의 판커신이 심석희의 무릎을 잡는 반칙을 범해 심석희의 우승이 좌절되기도 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소치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 한동안 암흑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달라졌다. '괴물'이라 불리는 임효준(22)을 앞세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태세다. 남자 대표팀은 소치 대회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계주에서 좀 더 호흡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지난해 1, 2차 월드컵 남자 5,000m 계주에서 대표팀은 선수 교체 중 잇따라 넘어지며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서이라도 "계주 훈련 때마다 대화하면서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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