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두 미국기업(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해군 발전 자문위원. 국가보훈처 홍보자문위원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해군 발전 자문위원. 국가보훈처 홍보자문위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 장악

넷플릭스 20년 안 돼도 강자 부상

100년 기업 디즈니도 위협 느껴

M&A로 덩치 키우기 선제 대응

100년 가까운 역사의 월트디즈니가 최근 미국의 21세기 폭스사 인수 합병에 나서면서 갓 20년 된 회사에 선제 대응했다는 뉴스는 새해를 맞은 우리 기업인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 주인공은 1997년 오프라인 DVD 구독 배송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Netflix)이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매각 후 일없이 쉬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DVD를 제때 돌려주지 않아 연체료를 지불해야 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스스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이처럼 불편함으로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콘텐츠 유통을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어 명실상부하게 영상 콘텐츠 시장의 큰손이 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 선호 배우 등의 정보들, 즉 빅데이터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시청자가 영화를 보고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이를 기반으로 취향과 시청 패턴을 파악했다. 넷플릭스는 이 데이터로 시청자가 다음에 볼 영상을 파악하고 추천한다. 오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것이라 많은 시청자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오늘날의 넷플릭스가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권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2년 전 진출해 현재 케이블 방송사인 딜라이브와 제휴해 OTT 셋톱박스인 '딜라이브 플러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판권 부족으로 가입자 수가 예상을 밑돌자 최근 오리지널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등 한국 유명 감독과 작가를 내세워 국내 시청자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빅데이터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도 사용했다. 기획부터 주인공 섭외, 배급까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만든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작으로 백악관 입성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추악한 음모를 그린 드라마. 케빈 스페이스의 열연 등에 힘입어 넷플릭스를 콘텐츠업계 강자로 만들었다)라는 드라마다.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의 제작에 넷플릭스는 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동안 축적된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후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한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 85%가 만족했고 이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많은 영상물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이렇게 큰 성장을 이루는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월트디즈니사가 미국 21세기 폭스 영화사와 케이블 채널, 유럽 스카이, 스타인디아 등 해외사업부를 524억달러(한화 약 57조원)에 인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월트디즈니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된 회사의 성장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넷플릭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발송, 반납 서비스를 통해 DVD 구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매달 10달러 정도의 가격경쟁력 그리고 인터넷이 통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중화시켰다. 그들은 이 같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월트디즈니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시장 변화에 따른 민감한 대처이다. 처음 월트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했지만, 곧 자체적인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인수 합병도 21세기 폭스사가 보유한 동영상서비스 '훌루'에 대한 선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않고,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는 월트디즈니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할 때 넷플릭스와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추진력도 필요하지만 월트디즈니와 같이 유연하고 전략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 2018년 새 아침을 열면서 미국의 두 기업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밝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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