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떠나는 문학관 여행…앉아서 전국 38개 문학관 탐방

수필가이자 경기도 안양 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지은이가 1년 동안 전국의 문학관을 탐방한 여행기다. 전국 38개 문학관과 44명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담고 있다.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라, 경상까지 지역별로, 또 작가들의 출생 연도순으로 정리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문학관은 대부분 우리나라 문학사에 한 획을 긋거나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기리는 곳이다. 대충은 알고 있지만, 속속들이는 모르는, 그래서 알고 나면 더 애틋한 마음이 일어난다. 가령 서정주 시인, 하면 '훌륭한 시와 친일'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정주 시인은) 1924년 줄포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 1930년 광주학생운동의 여파로 시위가 일어나자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돼 퇴학당한다. 이듬해 고창고등보통학교로 편입했으나 자퇴를 강요당한다. 그래서 상경한 시인은 경성부립도서관 종로분관에서 일어판 서양문학작품을 탐독하며 지내기도 하고, 간도 한 양곡회사에 취직한 적도 있으며, 호구지책으로 한문소설을 번역하기도 하며 팍팍한 생활을 이어간다.' -207쪽-

'1950년 6'25전쟁 때 정신분열 증세가 심해 대구와 부산 등에서 요양했고, 1'4 후퇴 때는 피란 가서 전주고 교사, 조선대 부교수, 환도 후에는 서라벌 예술대, 동국대 교수를 지낸다.' -208쪽-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김춘수 유품전시관(경남 통영시 해평 5길 142-16)은 특이하게도 이름이 문학관이 아니라 유품전시관이다. 다른 작가들의 문학관에도 일정한 정도의 유품이 있다. 그러나 김춘수 유품전시관에는 유난히 작가의 유품이 많다. 1층 전시관에는 각종 문예지와 작가의 저서 관련 자료, 육필원고, 연필통과 도장 등이 있다. 2층 전시관에는 이부자리가 덮인 대형 침대와 간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가지, 탁자와 소파, 도자기가 놓여 있는 장식대, 다기 세트, 서재 등 작가의 생전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이다. 호 '육사'는 일제 강점기 수감번호 '264'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17번이나 감옥에 갇혔고 독립운동단체에 가입해 일본과 중국에서 항일운동과 학업을 병행했다. 1944년 1월 16일 베이징 감옥에서 마흔의 나이로 순국했다.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은이는 이육사가 어째서 그처럼 철저한 저항시인이 되었는지를 되새긴다. 이육사는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6형제 중 4형제가 의열단에 가입해 활동했다. 외가는 의병장 집안으로 만주지역 독립운동에 이바지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이중직에게 글을 배워 선비정신이 몸에 뱄다. 옳고 그름, 사람의 도리, 자신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바를 자라는 환경 속에서 체득한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문학관은 다음과 같다. 윤동주 문학관, 한무숙 문학관, 김수영 문학관, 노작 홍사용 문학관, 황순원 문학촌, 박두진 자료실, 조병화 문학관, 심훈 기념관, 정지용 문학관, 오장환 문학관, 신동엽 문학관, 만해마을, 김동명 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김유정 문학촌, 월하 문학관, 박인환 문학관, 목포 문학관, 채만식 문학관, 석정 문학관, 김환태 문학관, 미당 시 문학관,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 순천 문학관, 최명희 문학관, 청마 문학관, 이원수 문학관, 이병주 문학관, 김춘수 유품전시관, 박경리 기념관, 박재삼 문학관, 이육사 문학관, 요산 문학관, 오영수 문학관, 동리목월 문학관, 구상 문학관, 지훈 문학관, 권정생 동화나라. 전국 문학관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떠나기 전에 작가의 책 한두 권을 읽는다면 금상첨화겠다. 35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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