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범 사업이 시작된 지 세 달째다.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임종기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수 있고,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대구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줄을 잇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시범기관인 대한웰다잉협회 대구시지회에 접수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3일 현재 156명에 이른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는 2월까지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모두 정식 등록돼 법적 효력을 지닌다.
지난해 12월 27일 대한웰다잉협회 대구시지회를 방문해 직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봤다. 대한웰다잉협회 대구시지회는 이날 대구예술대 평생교육원에서 '웰다잉 지도자 기본과정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박명환 지회장의 도움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아들었다. 단 한 장에 불과한 서류지만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무게감은 대단했다.
먼저 신분증을 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반드시 본인이 기관을 방문해 작성해야 한다. 온라인이나 우편으로는 작성할 수 없고 대리 작성도 불가능하다. 의향서 정중앙에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중 중단하기를 희망하는 항목에 체크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았던 '죽음'의 의미가 머릿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연명치료 중단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에 접어든 것으로 의학적 판단이 내려질 때 적용된다. 박 지회장은 "죽음이 확정된 상황에서 연명의료는 가족들에게 죽음에 대한 판단과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신청자들이 4가지 연명의료 수단을 모두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스피스 이용 여부와 환자 사망 전 열람 허용,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 등을 기입했다. 말기 환자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도록 돕는 호스피스는 이용하겠다고 썼다. 가족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열람하는 데에도 동의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과 의미에 대해 설명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고 자필로 서명한 뒤 서류를 제출하면 등록 절차가 끝난다. 작성한 내용은 국내 의료기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니 오히려 삶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느껴졌다.
박 지회장은 "중병이나 중상에 처한 이들은 평생 지불할 치료비의 3분의 1 이상을 연명에 쓴다고 한다"면서 "연명치료는 죽음을 연기하는 데 불과하다는 인식은 보다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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