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은 대화, 美는 압박…양국의 역할 분담?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배경 주목

그동안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압박 강도를 높여오던 한미 양국이 5일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외교가에선 압박 일변도의 양국 대북정책이 이렇다 할 활로를 뚫지 못하자 미국이 한국의 유화정책에 한번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모처럼 조성된 남북 간의 화해 기류를 '의미 있게' 주시하면서 일단 한국 정부에 주도권을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통화에 앞서 올린 트위터 글에서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이 대화 국면으로 향할 경우 미국의 최우선 우려 사항인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북미대화의 공간이 창출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남북 간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국한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의 남북 간 대화 재개 과정에서 일정한 수위 조절은 있겠지만 현행 압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남북대화의 장으로 나온 것은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정책이 '약효'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내가 확고하고, 강력하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북한과 남한 간 회담과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외견상으로 한국이 남북 간 '대화'에, 미국은 대북 '압박'에 각각 방점을 찍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해 내기 위해 일종의 '역할 분담'을 꾀하며 공동 보조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남북대화의 속도와 방향을 놓고 한미 간에 불필요한 '엇박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상황 인식과 전략을 공유하며 긴밀한 공조 태세를 유지해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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