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은에 '올리브 가지' 내민 트럼프…핵버튼 위협서 선회했나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제재, 나아가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조건부 직접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남북 간 대화에 대한 환영 의사를 표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전격 합의한 지 이틀 만에 북한에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을 뜻하는 말)를 내민 것이다.

평창 올림픽의 개최를 계기로 9일 고위급 회담 개최 등 남북 간 해빙 모드가 조성된 가운데 남북 대화가 북한의 핵 무력 완성과 미국의 군사옵션까지 염두에 둔 응징으로 치닫던 대결 국면에서 북미대화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되는 국면 전환의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맞선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는 트윗으로 연초부터 격화된 북미 간 '말의 전쟁'으로 인해 긴장이 재연된 가운데 이뤄진 '극적 선회'의 성격을 띠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당장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며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가 비록 '전제조건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 통화의 성격이 '무조건 대화'가 아닌 '비핵화 대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북 간 직접 대화 채널을 언급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것에서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일만 해도 신년사를 통한 김 위원장의 남북 대화 제안에 "좋은 소식인지 그렇지 않은지 두고 볼 것"이라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대화에 대한 '100% 지지' 의사를 밝히며 남북이 올림픽 문제를 넘어서 협력하는 걸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 대화가 올림픽 문제에 대한 논의를 '큰 시작'으로 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 소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 모드 조성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대변되는 자신의 강경 대북 노선 덕분이라며 '미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미국이 관여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남북 대화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처럼 북에 내민 '올리브 가지'가 남북 간 대화를 거쳐 북미 간 직접 비핵화 대화 테이블 마련의 프로세스로 순항할지에 대해서는 일단 이번 남북 간 고위급 회담의 향배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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