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과학으로 보는 동계올림픽] <11>봅슬레이는 동계스포츠의 F1

공기 저항 최소화가 관건, 다양한 실험 거쳐 장비 제작

봅슬레이는 1890년 스위스에 살고 있던 미국인들이 기존의 목제 썰매의 스피드에 만족하지 못해 강철 러너 썰매를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 강철 러너를 장착한 두 개의 썰매를 연결한 뒤 앞쪽에 방향조절장치를 추가해 탔는데, 지금은 원통형이 됐다.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특수 고안된 원통형 기구의 썰매를 타고 좁고 경사진 트랙 위를 롤러코스터와 같이 활주하는 동계스포츠의 F1으로 불린다. 중력과 원심력에 의한 가속도와 초반 스타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유리하지만, 최대 중량을 제한해 2인승은 390㎏, 4인승은 630㎏을 넘을 수 없다.

기록의 결정 요인은 선수들의 경기력, 마찰 손실 등 여러 가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봅슬레이 본체에 작용하는 공기 저항이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썰매는 물론 선수들이 착용하는 헬멧까지 다양한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제작된다. 썰매는 선수들이 앉을 수 있는 구조에 유리섬유나 금속으로 만든 덮개, 출발할 때 썰매를 미는 푸시핸들, 도르래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2개의 조향장치, 레버로 당기는 브레이크, 2쌍의 독립된 금속제 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3D 스캔 기술을 활용한 개인의 체형 분석, 최적의 탑승 자세 구현의 설계 기술, 고강성과 저진동의 동체, 경량화를 위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재질, 풍동실험을 통한 공기 저항 최소화 등의 자동차 제조기술의 과학적인 경쟁이 썰매 제작에 적용된다.

얼음 표면과 직접 맞닿는 썰매 날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날씨에 따라 얇은 날과 두꺼운 날을 구분해 맑은 날씨에는 얇은 날을 이용, 접촉면을 얇게 해 속력을 높이고, 흐리거나 비 또는 눈이 동반하는 날에는 두꺼운 날을 이용, 접촉면을 넓혀 속력은 다소 처지지만 안전성을 높인다.

빙질에 따라 썰매 날의 모양도 바꾼다. 적당히 물기가 있어야 마찰이 적어 잘 미끄러지는데, 기온이 낮아 얼음에 물기가 없는 날엔 얇고 날카로운 날을 사용한다. 일정한 면적에 압력을 가하면 어는점이 낮아져 낮은 기온에서도 물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신발의 경우 스타트 동작 특성상 무게는 경량화되고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성이 요구된다. 스타트 시 폭발적인 힘이 신발에 가해짐으로 변형이나 뒤틀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을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웃솔 바닥에 박힌 핀과 구조의 기능성도 요구된다. 썰매 가속을 위해 달려갈 때 미끄럼방지를 위해 바닥에는 지름이 약 1~1.5mm인 스파이크용 핀이 약 250개 이상 장착돼 있다.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앞에 앉은 선수는 조종수로서 조종대의 로프를 당겨 방향 조종과 활주라인 및 최단코스를 판단하는 역할, 뒤에 앉은 선수는 제동수로서 결승선을 통과하면 썰매를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4인승에서 2, 3번째 앉은 선수는 푸시맨으로서 출발할 때 도움닫기를 해 가속하는 역할 등을 맡는 등 봅슬레이는 균형적인 팀워크가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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