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운항을 방해하다가는 테러범 취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듯하다. 단, 조건이 있는데 항공기 회사의 오너 일가로 태어날 것. '땅콩 회항' 사건 판결 결과를 보자.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로 변경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활주로는 항로가 아니어서 항로 변경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땅에 있으면 항공기가 아닐 수 있다는 취지 같은데, 일반인들로서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재벌가가 아니지만 비행기를 세우고도 처벌받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이달 초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한 탑승객의 "알라후 아크바르"라는 외침 때문에 비행기 이륙이 취소되고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알라후 아크바르'는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다. 그런데 이 말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범행 직전에 흔히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지만 항공기 내에 폭발물이 없었고 테러 단체와 연계됐다는 근거가 드러나지 않아 풀려났다.
사실 알라후 아크바르는 아랍인들이 신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감사한 일이 생길 때 입에 달고 사는 관용구다. 영미권의 '오 마이 갓' '지저스 크라이스트'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아랍권 이외 지역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로 취급받는다. 서구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이 말을 무심코 내뱉은 이슬람교도들이 테러범으로 오인돼 곤욕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다.
이처럼 고유의 종교체계와 복잡다단한 국제정세로 인해 아랍은 아랍 이외 국가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 게다가 아랍권 국가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접근할 수도 없다. 이웃나라와 철천지원수처럼 지내는 아랍권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언제라도 국지적 전쟁이 터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지역이 아랍권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비공개 군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UAE는 오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웃 중동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그런 UAE와 협약을 체결해 분쟁 시 군사 개입 여지를 제공했다니 충격적이다. 혹여나 UAE발 분쟁이 생겨서 우리나라가 자동 개입하게 되면 상대국으로부터 적대국 취급을 받고 우리 국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위험천만한 무개념 외교에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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