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제조업 경기 한파] 줄어든 산단 생산액…3, 4차 협력업체로 타격 번져

최저임금 16.4% 인상 후폭풍…20개 산단 생산액 1년 새 4.6%↓

대구 지역 제조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기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까지 더해 운영을 중단하려는 업체마저 나오고 있다. 성서산단 한 업체가 내건 공장부지 매매 현수막.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지역 제조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기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까지 더해 운영을 중단하려는 업체마저 나오고 있다. 성서산단 한 업체가 내건 공장부지 매매 현수막.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 4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도롯가 전봇대마다 '공장부지 매매'임대'라는 현수막과 전단이 붙어 있었다. '공장부지 급매' '부도 직전 공장 무조건 해결' 등의 문구와 함께 공장 면적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기계부품을 실은 화물차는 드문드문 오갔다. 공장 밖으로 나온 몇몇 직원이 몸을 움츠린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대구 제조업체의 새해맞이에 먹구름이 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기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체감 경기의 위축은 더욱 심각했다. 생산량은 주는데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임금은 오르면서 부담이 이중'삼중으로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섬유와 자동차부품 등의 업종은 올해 내수와 수출 전망마저 부정적이어서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축되는 대구 산업단지

성서산단의 B염색가공업체는 3년째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다. 직원 50명 규모에 연매출 90억원 수준이다.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순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B업체 대표는 "반도체나 정유업계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 대부분이 향후 경기에 대해 비관적이다. 자동차부품이나 섬유 업종의 영세업체가 주를 이루는 대구는 체감경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나쁠 것"이라며 "대구 산업 기반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치명타가 될 것으로 봤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덜고자 단축 근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직원 감축도 고려하고 있다. B업체 대표는 "1년 만에 최저임금이 16.4%나 오른다는 것은 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이라며 "그렇잖아도 원료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큰 폭으로 오르니 답답하다. 저임금을 내세운 국외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목을 잡힌 기분"이라고 말했다.

성서산단은 종사자 수가 50인 미만인 곳이 전체의 70%에 달할 만큼 소규모 업체가 많다. 또 이들 대부분이 3, 4차 협력업체로 경기침체의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원료비와 인건비 등 원가가 상승한 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야 하지만 쉽지 않은 여건이다.

특히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30% 이상이어서 야근과 휴일 근무를 줄여 수당을 낮추거나, 감원을 통해 3교대 근무를 2교대로 바꾸는 곳도 있다. 덩달아 3.3㎡(1평)당 호가가 500만~600만원이던 공장부지가 최근 300만~400만원까지 내려온 곳도 많다.

'대구 최대 규모 산업단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성서산단은 갈수록 생산액이 줄고 있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성서산단(1~5차) 총생산액은 3조9천932억원으로 2분기보다 5.7%(2천412억원)나 감소했다. 내수(-2.6%)는 물론 수출(-15.1%)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4분기까지 더한 지난해 전체 생산액 감소는 약 5천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부진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성서산단의 2016년 총생산액은 16조99억원으로 전년보다 6.8%(1조1천634억원) 감소했다. 공단 내 불균형도 문제다. 1'2차단지의 지난해 3분기 생산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1%와 4.8%가 줄었다. 반면 3~5차단지는 생산액이 늘었다. 수출액에서도 1차단지는 7천600만달러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섬유'車'기계 등 위기 지속

다른 산단의 업체도 힘든 새해를 맞고 있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달성 제1차산업단지의 C업체는 올해 생산물량이 지난해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984년에 설립해 직원이 1천여 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침체를 비켜가진 못했다. 자동차 내수 수요가 줄어든 데다 업체 간의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C업체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채산성 악화를 막고자 시간외 수당을 줄이는 등 임금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직원 수입이 줄어들면 지역의 소비심리도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동차 경기가 크게 좋아질 것 같지 않아 자체적으로 시장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서대구산업단지의 D섬유업체 대표는 올해 지역 경기 전망을 묻자 한숨을 내쉬었다. 연매출 40여억원에 직원이 15명인 이 업체는 내리막길을 걷는 섬유산업 한가운데 있다. 매출액이 해마다 5% 내외로 줄었고, 특히 3년 전부터 급격하게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더불어 기술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올라 경영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D업체 대표는 "환경 문제로 염료를 중국'베트남 등 국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염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게다가 재투자도 이뤄지지 않아 지역 업체 절반 이상이 내구연한 20년을 넘긴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 1인당 연간 250여만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는데, 숙련된 봉제기술자가 필요한 업계 특성상 인원을 줄일 수도 없어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 제조업은 침체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20개 산업단지의 2016년 생산액은 27조6천320억원으로, 전년보다 4.6%가 줄었다. 특히 성서산단을 비롯해 제3산단(8천580억→6천750억원)과 서대구산단(7천537억→5천656억원), 염색산단(8천172억→7천936억원) 등의 감소 폭이 컸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섬유산업은 물론 2000년대 이후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던 자동차'기계부품 산업도 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의 인적자원 활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태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제조업계를 살리기 위해 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며 "인적자원에 집중 투자해 기업들이 대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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