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향 매진 행렬, 코바체프의 힘

대구시향 4년간 티켓 판매율 분석

줄리안 코바체프
줄리안 코바체프

2015, 2016년 전회 매진

지난해도 9회 중 7회 완판

단원들과 소통에 공 들이고

청중 친화적 캐릭터로 다가가

지역 클래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

2014년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에 제10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줄리안 코바체프가 부임한 이후 각종 연주회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코바체프 효과'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코바체프가 대구시향의 포디움(지휘단)에 선 이후 매진 행렬이 이어졌으니 당연히 그의 인기 덕이라고 말하고, 일부 팬들은 최근 대구시민들의 음악 수준 향상에 의한 자연스러운 순증(純增)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두 시기가 애매하게 겹쳐 있으니 코바체프와 시민들이 공(功)을 반반씩 나누자는 '양시론'(兩是論)도 있다. '코바체프 효과' '자연 증가론' '양시론'은 지역 음악인들에게 널리 회자되며 시민들에게 유쾌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대구시향에 협조를 얻어 팩트 체크에 들어가기로 했다. 체크 방법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코바체프가 지휘한 정기연주회의 매진율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바체프 효과'는 사실이었다. 2014년 4월 부임한 코바체프는 그 해 7번의 정기연주회를 지휘했지만 매진은 4회에 그쳤다. '카라얀의 제자'가 왔다는 소문은 났지만 아직 인기가 구매력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57%의 매진율에 그치던 코바체프 연주회는 2015년 들어 매진 레이스를 시작했다. '낯가림' 기간이 지나고 입소문이 나면서 시민들이 코바체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코바체프는 2015년 자신이 지휘한 8회의 정기연주회를 모두 'Sold-out' 하며 이후 화려한 잔치를 예고했다. 특히 5월 29일 정기연주회 티켓이 조기 매진되자 코바체프는 '대구 시민들의 사랑에 보답한다'며 다음 날 앙코르 공연을 '노 개런티'로 자청했고 이 공연마저 매진되는 이변을 낳았다.(불행하게 코바체프는 전날 연주회에서 '심정지'로 쓰러지며 앙코르 공연을 진행하지 못했다.)

건강이 염려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9번 지휘봉을 잡은 2016년에도 9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코바체프 효과'가 거품이 아님을 입증했다.

취임 4년 차를 보낸 지난 2017년 코바체프는 모두 9회의 정기연주회 지휘봉을 잡았고 그중 7회를 '완판'했다. 매진율(77%)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이유에 대해 대구시향 관계자는 "레퍼토리, 협연자에 대한 관객 선호도, 딤프(DIMF)나 오페라 축제 등 겹치는 문화행사 등에 따라 예매율은 매년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특히 난해한 곡으로 소문난 '말러교향곡 제9번'(11월 연주회)은 관객들이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철우 작곡가 겸 음악평론가는 "역대 지휘자들은 일방적인 단원 트레이닝에 열중했던 반면, 코바체프는 단원들과의 소통, 함께 만드는 음악, 그리고 청중 친화적 캐릭터로 클래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앞으로 대구시향이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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